새벽부터 애옹애옹 거리다가 미동도 안하면 이불속을 파고든다.
이불속에서 자지도 않는 녀석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하는 짓이다.
몇번 쓰담쓰담하면 그새 도망간다.
관심을 끌어 보려는 짓들이 수포로 돌아가면 타워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며 일어나길 기다린다.
이윽고 알람이 울리면 금방 내려와 샤워실로 달려가 세면대 밑에 자리잡는다.
밑에 있으면 물이 덜 튀니까 그런것 같은데 그래도 물이 튄다.
물을 맞아가면서 왜 꼭 세면대 밑에 앉아 있냐??
출근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양말을 신을 때쯤 멀리 있던 녀석은 곧장 달려와 양말을 물어 뜯는다.
양말 속에 발이 꼬물꼬물 움직이니 장난감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몇번 발로 쓰담쓰담 하다가 난 이내 현관으로 나가 뒤도 안보고 문을 닫는다.
눈을 보면 너무 안쓰러워서 못 나갈 것 같아서이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어김없이 현관앞으로 나와 부비부비를 시전하신다.
발라당, 고로롱 거리는 동안 털을 빗겨주고 청소기를 돌리면 얼른 타워로 올라간다.
2년이 돼도 청소기 소리는 적응이 안된다.
밥먹고 집을 정리하는 동안 녀석은 장난감을 물어온다.
던져 달라는 뜻이다. 공처럼 말은 비닐봉투와, 봉투를 싸매는 끈 종류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던지면 얼른 뛰어가서 물어온다. 오는 도중 떨어뜨리면 발로 드리블 해서 내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 능숙하다.
물고 온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내앞에 가져다 놓고 기대감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러면 나는 또 던지고 물고오고, 던지고 물고오고...가만 이건 개의 행동인데?
한참동안 놀다가 12시가 되면 내일을 위해 불을 끄고 자리에 든다.
고양이는 불을 끈 후에도 혼자 놀다가, 내가 밤에 정신을 차려보면 발밑에서 자고 있다.
발에 보드라운 털과 탱탱한 발바닥이 닿으면 뭔가 외로운 기분이 사그라드는 느낌이랄까..
너와의 하루가 또 지나 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