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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어요
게시물ID : gomin_1363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XFrZ
추천 : 1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2/23 05:34:27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첫날에 시험을 잘쳐서 기분이 좋아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고
집에가려고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안받아서 두세번 정도 더했어요. 

집에 가니 티비도 켜져있고 엄마 휴대폰도 있는데 엄마가 없어서 어디 나간건줄 알았어요
화장실을 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엄마의 다리가 바닥에 보여서 평소 몸이 안좋던 엄마가 쓰러진건줄로만 알았어요
문을 활짝 여니까 수건걸이에 엄마가 코트에 묶는 허리끈으로 목을 매단 상태였어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가 119에 전화하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목을 매달았다고 했어요
지금도 그걸 후회해요 차라리 나만 알았더라면 내가 말을 안했더라면 어쩌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건줄은 몰랐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구요
시험을 잘쳤다고 군것질이나 쳐먹고 오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조금만 빨리왔으면 엄마가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마구 피어났어요

그때 당장은 아니었지만 나중에는 그냥 엄마옆으로 가고싶어서 자살생각도 여러번 해봤어요.
도로에 자동차를 보면 뛰어들고 싶었지만 참고 참았어요 왜냐하면 엄마랑 나를 너무 사랑하는 아빠가 있으니까..
엄마랑 똑같이 가버리면 아빠가 견디지 못할걸 너무나 잘 알고있었어요 아빠도 사실 절 보면서 힘들어도 참으셨겠죠

벌써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 엄마의 모습, 날씨, 내 옷차림, 엄마가 입고있던옷, 상황 그 모든게 너무도 선명히 기억이나요
처음으로 엄마를 발견한 제가 충격을 받아서 문제가 생길까봐 친척분들이 걱정해주셔서 정신과도 같이 가봤어요.
정신과에서도 괜찮은척 아닌척 연기했어요 의사선생님을 속이면 안될텐데.. 눈물 한방울 안흘리고 괜찮다며 웃으며 나왔어요
그날 목을 매단 엄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거나 하면 꼭 다시 오라고했는데 한번도 안갔어요 
몇년이 지난 지금도 툭하면, 시도때도없이 그 날의 엄마가 선명하게 기억이나는데 누구에게도 티내지 않고있어요

사실 엄마의 얼굴은 기억이 나도 목소리, 함께했던 추억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거라도 기억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해요
구급차에 타고 병원에가서 장례식 할때까지 저는 아빠앞에서 운적이 거의 없었어요.
아빠가 그렇게 서럽게 아이처럼 우는건 처음봤거든요. 그래서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말 참고참고 또 참았어요
가끔 집에 혼자 있을때나 잠들기 전에 소리죽여서 펑펑 울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저는 아직도 '엄마'라는 단어를 말로 잘 못해요. 다른 가족들은 엄마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이야기 조차 못하겠어요
그냥 처음부터 엄마가 없었던 사람처럼 제자신을 세뇌해본적도 있어요 그런데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쉽게는..
이건 친구중에서도 두세명 정도 빼고는 몰라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조차도 모르는 친구가 많아요.
왜냐면 저는 친구들 앞에서는 엄마아빠와 같이 행복하게 사는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아마도 이걸 모르는 친구들은 저한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할거예요 언제나 늘 연기를 하니까요
친구들은 저를 아주 유쾌하고 활발한 즐겁고 느긋하게 사는 사람으로 알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우울하고 어두운 사람이예요
성격도 안좋고 마음씨도 예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척 늘 연기를 해요 안그러면 엄마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할까봐요

명절이나 엄마 기일마다 엄마가 있는 절에가서 절을해요. 절을 하면서는 늘 같은 생각만해요 거기서는 행복해? 
1년에 몇번 안가는 곳이지만 갈때마다 너무 힘들어요. 절에 놓여진 엄마사진을 보는것도 힘들고..
너무너무 가기싫은데 그래도 엄마보러 가는거니까 가요. 친척들 앞에서는 이젠 아무렇지 않은척 태연하게 굴지만요ㅎ

사실 명절때나 친척들 모여있는 자리도 별로 안좋아해요. 아빠는 저녁에 일을 하시는 분이어서
같이 저녁이라도 먹거나하면 다른 사촌들은 모두 엄마아빠가 같이 있고 이것저것 먹으라고 챙겨주는데
저는 엄마도 아빠도 없이 덩그라니 혼자니까요. 물론 친척분들이랑 사이도좋고 좋은분들이셔서 저도 잘 챙겨주시지만
그래도 엄마아빠가 챙겨주는 사촌들이 부럽고 그래요. 괜히 혼자 눈치보여서 밥도 허겁지겁 먹고 일어나 버리고..

엄마가 해준밥에 엄마가 올려주는 반찬으로 밥 한번만 딱 먹으면 소원이 없을것 같아요
학교다녀오면 꼭 안아주면서 우리딸 왔냐며 늘 사랑해주던 엄마의 품도 너무 그립구요..

그렇게 절 사랑해주고 아껴주던 엄마인데 왜 그렇게 가야만 했을까요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걸까요
친구처럼 친하게 지낸 저한테도 말하지 못할만큼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던 걸까요..
그래서 죽음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저는 왜 엄마가 그토록 힘들어 했던걸 몰랐을까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 새벽까지 안자고 한탄이나 하다니 엄마가 있었다면 분명 엄청 잔소리를 들었을텐데
이젠 그 잔소리마저 듣고싶네요 엄마 사랑해 보고싶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꼭 안아줘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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