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없다. 의리로 간다."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신뢰'와 '의리'를 선택했다.최근 코칭스태프 임기가 만료된 일부 코칭스태프에 대해 신뢰감을 나타내며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5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봉수 GK코치와 박건하 코치가 최근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교체할 계획은 없다. 금명간 재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동안 일각에서는 김봉수(45), 박건하 코치(44)가 슈틸리케 2기 체제에서는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2015년 호주아시안컵이 끝나면서 이들의 대표팀 코칭스태프 계약기간도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들 두 코치는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던 보좌진이다.당시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 사퇴하자 김봉수, 박건하 코치도 동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혼란에 빠진 대표팀을 추스르고 연속성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반 퇴진을 만류했다. 김, 박 코치는 자신들만 살아남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홍 감독 역시 믿고 따라와준 후배 코치들이 줄줄이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일단 2015년 아시안컵 당초 계약기간까지 남아서 책임을 다하기로 하고 신임 슈틸리케 감독을 맞았다.
아시안컵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27년 만의 준우승을 일구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신임 감독의 연착륙을 도운 코칭스태프에 대한 평가도 동반 상승했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내치기에는 두 코치의 능력이 아까웠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슈틸리케호'가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지난해 김, 박 코치를 대표팀에 남겨둘 당시 "둘 다 능력 있는 지도자다. 외국인 감독 아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두 코치가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최근 김, 박 코치의 계약 만료 문제가 거론됐을 때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코칭스태프를 교체할 계획은 없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운용은 감독의 의중에 달려있는 것이다. 기술위원장이 자신있게 코칭스태프 유지를 언급할 정도라면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함께 가도 좋다는 '사인'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휴가차 출국(6일)하기에 앞서 김, 박 코치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들의 거취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은 객관적인 능력 평가와 의리로 두 코치를 끌어안았고 김, 박 코치는 새로운 '전화위복'을 준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