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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어린왕자의 여우에 대해
게시물ID : readers_13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건들면물어요
추천 : 0
조회수 : 4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23 10:36:18
미주, 혹은 사족

#1.책임


 "넌 네 장미에 책임이 있어." 

여우는 기도했다. 이 여리고 순수한 왕자님이 부디 자신이 생략해버린 말을 알아채 달라고. 그런 영감을 불어넣어 달라고, 밀밭을 달리는 바람에게, 새벽을 알리는 닭에게, 사냥꾼의 가슴에 꽃을 피우는 처녀들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난 내 장미에 책임이 있어."

수천 번을 귓가에서 다시 맴도는 목소리. 여우의 왕자님은 그 말을 끝으로 여우를 떠났다. 여우는 눈을 떴다. 밀밭이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시, 그런 계절이 왔다.



길들여 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여우의 털빛은 퇴색되고 발톱은 닳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은 선명했다. 아주아주 많은 날이 지나도 밀밭이 어린왕자의 머리색으로 물들면 여우는 행복해졌다. 기다림은 마냥 서글픈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어린왕자는 기억해 낼 것이다. 
"넌 네가 길들인 것'들'에 책임이 있어."
여우는 그때까지 닭을 좇으며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까, 넌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여우는 그때까지 밀밭을 동무삼아 그리워할 것이다. 그가 여우에게 쏟은 시간의 수십배 더 긴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리고 여우는 다시 그리운 꿈을 꾸기 위해 눈을 감았다. 
언젠가 그가 장미에게 책임을 다한 어느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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