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진정 특이한 형태의 곡선입니다. 보통 수요곡선, 공급곡선, 무차별곡선 기타등등 여러가지 그래프들은 연역적인 사고에 의해서 결정되어집니다. 예를들면 수요의 변화는 가격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가격에만 한정을 해서 가격이라는 변수에 대해서만 움직인다는 가정을 동반하고 그래프가 그려지는데 반해서, 필립스 곡선이라는 놈은 통계에 의해서 나타난 실증적인 곡선입니다. 즉,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합리적 사고에 의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게 이렇게 되니까 이렇게 되더라., 하는 귀납적인 방법으로 유추된 곡선으로, 각국마다 다른 필립스곡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립스 곡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그래프를 상상해 보셔야 하는데요. 복잡한 건 아니지만, 세로축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가로축은 실업률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의 관계는? 음의 관계입니다. 즉, 물가가 올라가면 실업율이 줄어들고, 물가가 내려가면 실업율이 늘어나는 형태의 필립스 곡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필립스곡선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플레이션의 수요견인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즉, 경기가 호황이라서 실업율이 낮다면 수요가 높아져서 물가가 올라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물가가 내려간다는 수요견인설을 강력하게 뒷받침 하는 사실인 것이죠. 그당시 케인지언들에게는 참으로 바람직한 자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전세계적인 불황이 나타났을 때 이러한 필립스 곡선은 무너지게 됩니다. 실업율이 높은데 물가상승률도 높은 상반된 데이터가 나타나게 된 것이죠. (스테그 플레이션)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은, 거시경제 전반에 정부가 개입해서 실업율과 물가를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 큰 상처를 냈죠. 고물가와 고실업율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케인지언들은 힘이 조금씩 빠지게 되고, 합리적 기대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의 대두가 일어나게 됩니다요.
이와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는데, 전두환때의 물가상승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높았던 반면(실업이 낮았던 반면) 물가상승률은 엄청 낮았죠. 정치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온 반면에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 또한 외부충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참고로 오일쇼크때는 중동건설붐으로 극복)
그렇다면 이러한 필립스곡선은 그 당시에만 유효하던 데이터들의 집합일 뿐일까요?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일이 있은 후에도 같은 조건이라면 필립스곡선은 성립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했고, 스테그플레이션과 같은 상황은 외부충격에 의해서 필립스곡선이 우상향으로 움직였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필립스곡선의 효용을 증명해 냅니다.
사족이지만, 경제학파나 경제사조들은 그저 관점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굵직한 변수들만 모아도 수백개가 넘는 함수들을 해석하는 것이 어떻게 같을수 있겠습니까. 여러가지 현상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름 스토리라인을 짜고 논리적 설명을 더하는 것인데, 시대에 따라서 그것이 강조되고, 축소되는 경향이 있을 뿐 완벽한 경제이론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또한 정치적으로 누가 어쩌고 저쩌고 경제가 성장을 했고 안했고 말을 하는데, 경제는 누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부시같이 병신짓만 안한다면) 정치에 있어서 경제정책이 좋고 나쁘고는 다 부패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 달렸고, 비리에 의해서 의사결정의 왜곡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다 나름의 경제적 이유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