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게 곧 도래할 인구절벽과 그로인한 병력부족에 관련한 내용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녀간 상호이해에 관한 이야기에요.
여성 징병제 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성분들 모아서 잘만든 전쟁영화 한두편만 보여줘도
뭔가 바뀌는 게 있을 걸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든가,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든가. 목적을 생각하면 퍼시픽 시리즈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왜 뜬금없이 이런 얘길 하냐면 생각보다 여성분들 군대에 관심 없습니다. 데이트할 때 같은 경우를 빼고 스스로 보려고 마음먹고
직접 가서 전쟁영화 본 적 있는 여성분이 많을까요? 관심이 없으니 거기서 뭘하는지도
잘 모르구요. 물론 관심 갖고 계신 분들도 있겠죠. 가족이나 애인이 군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구요.
하지만 군에서 뭘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에서 하는, 혹은 대비하고 있는 일이라는 거에 대해서 추상적인 이미지에 그치는
확률이 높을 겁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이상 자기가 그 루트를 밟을 일이 아예 없으니까요.
그 이미지라는게 군복 입고, 총들고, 뛰어다니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걸요.
남성들도 뭐 내가 가서 교전을 겪게 될거라고 상정하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전쟁이 나서 병사들 막 죽어나가고 하는 거에 대해
상세한 이미지를 갖고 입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당사자고, 일이 터지면
좋든 싫든 직접 해야만 하잖습니까?
제 대학에 학생들이 농담으로 밀덕 교수님이라고 하는 분이 계십니다.
교양 강의로 세계대전의 이해라는 과목을 진행하고 계시구요, 교수님이 잘 가르치시기도 하고, 되게 열정적으로 수업하시기 때문에
늘 군필/밀덕 남자들이 성적 상위권을 쓸어감에도 추천강의 뽑으면 명단에 거의 들어가고 백명 넘는 강의에 반을 여학우들이 채웁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학교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요.
세계대전의 이해 듣고 관심이 생겨서 라이언일병구하기 보는데, 손발이 떨어지고 장기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공포스러웠다. 군인들에게 나라에서 더 대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전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이 여학우가 생각없이 놀러나 다니고 하는 그런 사람이 분명히 아닌데도 강의를 듣고,
문득 관심이 생겨서 영화를 찾아봐서야 저런 느낌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우리 군이 뭘 대비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정말로 체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여성분들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남성들도 지금 시대에 내가 몸상해서 전역할까 걱정하지 전투에서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입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충분히 그럴 수 있죠. 평화시기가 이미 길었고, 주변 사람들 2년 정도 없어졌다가 가끔 얼굴 보이고,
그러다가 아저씨 되서 나타나구요, 자살이나 사고사례가 뉴스 가끔 타지만 자기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그건 안타까운 일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캠프아니냐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군이 어떤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고, 결국 그 목적을 다하게 되었을 때 그 조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일을 겪게 될지를 보여주자는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들이 단지 미디어에서 묘사한 모습에 불과할지라도, 충분히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