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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 '손' -完-
게시물ID : panic_13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71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04/01 09:44:30
한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 주희야! 정신 차려! 주, 주희야!” 아내는 퉁퉁 부운 얼굴로 멍 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붙잡고 계속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차려!! 제발!!” 순간 아내의 눈이 살짝 떨려온다. “어... 어? 나 잠깐 정신이 없었나 봐.” 아내의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괜찮아? 이리와. 등에 업혀.” 나는 아내를 향해 등을 보이며 쭈그려 앉았다. “아, 아니야. 나를 업고 여길 어떻게 나가려고 그래. 내가 조금 어떻게 됐었나봐. 괜찮아.” 아내가 잠깐씩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를 마쳤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불은 삽시간에 번지고 있었고, 이미 ‘손’ 이상으로 무서워진 상태였다. “어서 가자. 내 손 잡아!” 아내의 손을 잡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허리를 굽히고 뛰기 시작했다. -콰아아악 거실 한 가운데, 그러니까 현관까지는 반 정도 남은 거리에서 ‘손’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주희야! 밟아!” 나는 남은 한 발로, 아내는 두 발로, 내 발목을 잡은 ‘손’을 밟기 시작했다. 이미 새카맣게 타 올라 쥐는 힘부터가 영 아니었다. -콱 콱 콱 콱!  하지만 힘을 잃어도 역시 ‘손’은 ‘손’, 있는 힘을 다해 몇 번이나 밟았는데 이제야 손가락이 조금씩 들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불은 점점 번지고 있었다. “제기랄... 놔! 죽어! 씨팔!!” 그렇게 한참을 밟자, -파악 순간적으로 발목을 잡은 ‘손’이 파악 하고 펴졌다. 붙잡힌 발목 언저리가 욱신 거려온다. 하지만 뛰어야했다. “놨어! 뛰어 뛰어!!” 다행인건, 불에 타던 ‘손’들이 하나, 둘씩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고, 큰일인건, 불이 현관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콰아 현관 바로 앞에서 ‘손’에 또 발목을 잡힌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약한 악력. “놔! 놓으라고!!” 나는 잡힌 발을 마구 흔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손’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발목을 놓고 만다. “주희야, 주희야! 다왔어! 다왔다구! 주희야?” 아내가 또 대답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보다 훨씬 얼굴이 부은 아내가 눈을 감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급하게 현관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앗 뜨거!!!!” 엄청난 뜨거움. 쇠로 된 손잡이가 불에 달궈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만 돌리면, 이것만 돌리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손잡이를 붙잡았다. “으아아아악!!! 씨팔!!!!!!” 손잡이를 붙잡은 내 손에서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나온다. 3도화상 정도는 각오해야 하겠지. 조금씩 손잡이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끼이이익 “됐어! 됐어!! 제기랄! 나갈 수 있어!” 그 순간, -콰아아악! 손에게 붙잡혔다. 놀랍게도 이번엔 머리였다. 잠시 손잡이에만 정신이 팔려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천장의 ‘손’은 아직도 쌩쌩했는지 쥐는 힘이 굉장했다. 나는 조금씩 몸이 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 해 문을 밀었다. -끼익 아주 조금, 문이 열렸다. “끄아아아아, 주희야! 으아악! 주희야! 너라도 나가! 어서!” 하지만 아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퉁퉁 부은 얼굴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극심한 통증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차츰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활활 거리는 불 소리만 귀에 박히기 시작한다. -화르륵 .......... .......... “으아아아악!!” 정신이 들었다. 잠시 멍 하니 앞을 바라보는 나. “여긴... 어디지?” -뚜...뚜...뚜 일정한 기계음. 마치 심박을 제고 있는 것 같은데. 고개를 왼 쪽으로 돌리니 역시 심박기가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내 몸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하얀 옷. 그리고 오른 손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병원, 병원인가? 윽, 으으윽.” 갑자기 온 몸이 아파온다. 극심한 통증이었다. 다급하게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정신이 좀 드셨..? 아! 김간호사 진통제 가져와!” 흰 가운을 입은 단발머리의 여의사였다. 진통제를 받고는 내 팔에 주사를 놓는다. “윽” 순간적인 따가움. 하지만 온 몸을 지배하던 통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내.. 내가 어떻게 된 거요?” 차트를 넘기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음... 이상하단 말이야. 화상만 입어야 정상인데...” 의사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차트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봐요. 대답 좀 해줘요.” “아. 환자분 거의 하루 종일 누워 계셨어요. 오전에 병원에 오셨는데. 보세요. 지금 컴컴하죠?” “아, 아니. 그런데 어떻게 내가 병원에...” “뭐 구사일생이었죠. 조금만 늦었으면 두 분 다 화재로 돌아가실 뻔 하셨어요. 소방대원들한테 감사할 일이죠.” 두 분이란 것은, “아! 제 아내, 제 아내는 어떻게 됐죠?” “걱정 마세요. 아내는 무사하니까요.” “무사하다고요? 얼굴, 얼굴은 괜찮습니까? 퉁퉁 붓지 않았어요?”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예, 심각한 건 아니었어요. 붓기도 많이 빠졌답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의사는 나를 향해 살짝 미소 짓고는 몸을 돌려 간호사를 바라본다 “저 분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편이니까 잠시 여기 있으면서 체크 계속해줘.” “예 그럴게요.” “저 그럼 나가볼게요. 필요한 일 있으면 간호사한테 말씀 하시구요.” 의사가 문을 열고 나갔다.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나 말고도 여러 환자들이 더 있었는데 하나같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큰일 날 뻔 하셨어요. 아내 분 홀몸도 아니시던데.” 잠시 멍하니 주위를 살피다가 간호사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백의의 천사답게 환한 미소가 눈에 띄었다. “저... 여기가 몇 호실인가요?” “아 여기는 527호에요.” “제 아내는, 아내는 어디에 있죠?” “부인 분께서는 508호에 있답니다. 주무시고 계세요. 지금 시간이 벌써 새벽 2시네요.” 그 말을 하면서 간호사도 피곤했는지 눈가를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제 아내가 임신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에이 딱 보면 알죠. 아기가 어찌나 발로 차던지. 아주 건강한 아기가 나올 것...” “....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도 나의 되물음이 의아했는지 웃는 얼굴로 고개만 갸웃하고 있었다. “지금 발로 찼다고 했습니까?” “예? 아아. 부인 분 배 안 만져 보셨어요? 후훗 임신 5개월쯤 넘으면 배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게 느껴지거 든요. 그걸 발로 찬다고 말 하는 거에요.” 머리가 띵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내는 아직 임신한지 1개월도 안 됐는데!” 내 말을 들은 간호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거의 만삭은 돼 보였는데요? 그럴 리가...” -덜컥! 쿠웅! 거칠게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 간호사! 김 간호사!!” 아까 전의 그 의사였다. “508호 김주희 환자. 어떻게 된 거야?” 아내의 이름이 들려왔다. 간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무슨...일 있으세요? 지금 주무시고 계실 텐데.” “환자가 사라졌어!” “뭐라고요!?” 깜짝 놀란 간호사가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봐요! 지금 뭐라고 했소! 내 아내가 어떻게 된 거요!” 의사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저기 별일 없을 거예요. 잠깐 병실을 비우셨는데 화장실이라도 가신 걸 거예요.” 애써 나를 안정시키려는 의사. 하지만 아니었다. 아내가 화장실로 간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당신들. 도망...가.” “....예?” “도망가라고! 아니, 어서 경찰에 신고해!” 의사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저... 죄송합니다. 아내 분은 저희가 반드시 찾도록 할 테니까요. 걱정 마시고 누워 계세요.” “그게 아니야. 어서 도망가라고! ‘손’이야 ‘손’이 나온 거라고!” 의사가 내 이마에 손을 올린다. “열이 조금 있으세요. 걱정 마시고 누우세요. 아내 분 찾는 데로 저희가 말씀 드릴게요.” 말을 마치고 의사도 문 쪽으로 급하게 몸을 움직인다. ‘손’, ‘손’이 분명했다. 아내의 배를 뚫고 나온 손이 아내를 끌고 병실을 나간 게 틀림없었다. -덜컥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짜릿한 통증이 온 몸에 느껴진다. “씨팔. 망할 놈의 ‘손’이 끝까지 고생시키는구나.” 오른팔에 꽂혀있는 링겔 바늘을 빼고, 가볍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비틀 비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바닥에서 의사가 달리다 떨어뜨린 메스를 주웠다. -꺄아아아악! 문 밖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왜 나만 ‘손’에게 당하고 멀쩡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손잡이를 잡은 순간, 그런 생각은 잠시 젖혀 두기로 했다. -타닥 타다다닥 -으악 으아아악!! 익숙한 소리들. 문이 열리면 난 또다시 전쟁을 시작해야한다. 지긋지긋한 ‘손’과의 전쟁을 말이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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