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동백꽃은 동백꽃이 아니다?
김유정, 1937년 3월 29일에 돌아가셨죠. 참고로 이상은 18일 후인 4월 17일에 돌아가셨습니다. 둘은 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김유정의 대표적인 소설인 '동백꽃'을 읽으면 보통 동백꽃을 겨울에 남쪽 지방에 나오는 붉은 꽃을 연상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
물론 동백꽃도 노란 동백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 묘사로 봤을 때 여기서 말하는 동백꽃은 3월에 피기 시작하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입니다.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서는 동박나무(동백나무)라고 부른다고 하기 때문이죠.
즉 생강나무의 꽃을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의 사투리로 말했기 때문에 동백꽃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겁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맨드라미는 과연 맨드라미인가?
이상화, 1943년 4월 25일에 돌아가셨습니다. 동시대의 현진건씨는 같은 도시에서 태어나 같은 날에 사망했습니다.
그의 대표시 중 하나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그런데 맨드라미는 늦여름에 피는 꽃입니다. 봄을 주제로 하는 시에 맨드라미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는 사실 민들레를 뜻하는 것으로, 맨드라미는 대구 지방에서 사용하는 민들레를 지칭하는 방언입니다. 즉 시에서의 맨드라미는 민들레를 뜻하는 겁니다.
방언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아 가끔은 이런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김유정의 단편선을 읽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