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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개인적인 감상 스포 有
게시물ID : movie_68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구렁
추천 : 6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26 19:08:14
류승완 감독의 신작.
제목은 일제 강점기 시절, 실존했던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던 군함도를 그대로 차용했다.

거대 배급사와 자본, 그리고 화려한 출연진과 유명 감독. 그리고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공식과 장면들이 더러 있다.
군함도는 그런 모든 것들의 총 망라라고 할 수 있는 상업 영화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전반부는 당시의 상황과 캐릭터들의 성공적인 혼합을 위해 긴장감 넘치는 오락 영화의 틀을,
후반부는 흔히 민족 감성을 건드리는 노골적 신파와 폭발과 슬로우모션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쟁 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서도 몹시 독특하고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감독이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흔히 B급이나 쌈마이로 대표되는 마이너한 감성을 기저에 두고, 
마초적인 캐릭터와 플롯, 사실적이면서도 현란한 액션과 엇박자로 터져 나오는 유머를 자유자재로 휘둘러댄다.
마이너한 감성과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섞어내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인 셈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항상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찌마와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대부분 그것은 대단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베테랑은 B급 감성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섞어 빚은 최고의 오락영화라는 찬사까지 들은 바 있다.
인상 깊은 명대사 한 줄 정도씩을 탄생시키는건 덤이다.

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경우들도 있다.
본인의 취향이 지나치게 묻어 나온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짝패 (필자는 개인적으로 둘 다 좋아하는 작품이다.).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고자 했던 베를린 등에서는, 감독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거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게 되는 것이다.

군함도는 그 지점들 보다 조금 더 멀리 간 영화다.
앞선 예시들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상업적 성공을 의식한 나머지 본인의 색깔마저도 지워버렸다는 부분이다.
유명 배우들은 저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역할을 배정받고, 예상 가능한 연기를 선보인다.
상황 전개 역시 마찬가지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과, 예상 가능한 전개. 예상 가능한 결말.
영화는 대중들을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모든 것을 예상 가능하고 기대 가능한 범주 안에 내려 놓았다.

그나마 전반부의 전개는 속도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극의 흐름은 후반부에서 철저하게 무너진다.
폭발과 비명, 죽음, 감정의 과잉과 슬로우 모션.
관객의 멱살을 쥐고 눈물을 흘리도록 윽박지르는 듯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그 와중에서 캐릭터들은, 각자의 롤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최후를 선보인다.
욱일승천기를 찢는다던가 하는 등의 직설적인 연출은 보너스다.

물론 눈에 띄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함도의 세트다.
매우 현실적이고 디테일하며(고증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거대하다.
몇몇 세트의 경우에는 뛰어난 현장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의 현장감이 흔히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인권유린의 현장을 훌륭히 담아냈다는 뜻은 아니다.
보다 말초적이며, 기대와는 다른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
조선인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희생 된다는 것은 비슷하나, 
그 외에는 인권유린의 현장이라기 보다는 인간군상들이 만들어내는 복마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흥행 공식에 가까운 장면과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 된 것 역시 장점이다.
눈에 띌 청도로 뛰어난 부분도 없지만, 그만큼 모자란 부분도 없다는 뜻이다.
관객의 관점에 따라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몇몇 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띈다.
각 배우들은 각자에게 딱 맞는 롤을, 매우 정확하게 수행한다.
개 중에서도 황정민과 딸 역할의 김수안의 연기는 단연 생동감있다.
태양의 후예에서 갓 튀어나온듯한 송중기의 캐릭터나, 소간지 그 자체였던 소지섭의 캐릭터 등등과는 질감부터 다른 느낌이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캐릭터의 설정값 자체가 달랐기에 나온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철저히 자본주의 정신에 입각한 최루탄 블록버스터라는 결과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함도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당시 선조들의 참담한 삶을 곱씹게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

대중성과 상업성에 대한 류승완감독의 어떤 열망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장르의 영화로 되돌아오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감독을 알려주지 않은 채로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준다면
아무도 류승완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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