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창시절 두 번의 따돌림을 당해 봤습니다.
초등학교때 한 번은 왕따, 중학교때 한 번은 은따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멍청한 건지 모르겠지만 왜 왕따, 은따가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특히 왕따 당할 시절은 도대체 왜 당해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진들이 보기에 그렇게 고까웠는지, 덩치도 있고 쌈좀 할 줄 알았는데 젬병이니 무시한 건지..
중학교때는 그나마 추측하기론 같은 게임을 하며 잘 놀다가 혼자 다른 게임을 하게 돼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그 게임을 하기 전까진 같이 잘 어울려 놀았기 때문..)
초등학교 때는 집단구타를 당했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한 녀석이 시비를 자꾸 걸길래, 더 이상 당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다 싶어 싸우다 갑자기 불이 번쩍번쩍 하다 정신차리고 보니 예닐곱명에게 맞고 있더군요..
선생님은 일단 저도 처음에 1:1로 싸웠기 때문에 모두를 벌 주셨습니다. 우리 초등학교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뉴스에 몇 번 나와야 됐을 거예요.
1학년 때는 촌지 안준다고 몽둥이로 패고, 3학년 담임은 미역줄기 먹다 토한 걸 잔반 남기지 말라고 억지로 먹이고..(후유증인지 지금도 미역줄기 무침 같은 건 절대 못먹습니다. 아니, 해초는 김 빼고 다 못먹습니다..)
이야기가 샜네요.. 중학교 때에는 워낙 은근히 따돌려서(제가 주변에 나타나면 해산한다거나, 분명 제가 지나갈 때만 들으라고 크게 욕하는데 저를 지칭하진 않는다거나..)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중2병 때문인지 '에이 씨X 내가 우리반 왕따시키면 되지 뭐' 라고 생각 했거든요 ㅎ
아무튼 두 번의 사건 이후로 저에게는 정신적인 후유증이 조금 남았습니다.
첫 번째는 누군가 장난으로라도, 혹은 지나가다 생각 없이라도 손을 들게 되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거나 그 사람 손을 잡아버립니다.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제 과민반응을 눈치 챈건지 때리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누나가 그릇 치우다가 손을 휙 들 때도 저도 모르게 몸을 피하며 손이 올라갈 때가 왕왕 있습니다.
또 하나는 누군가의 호의섞인 칭찬 같은걸 믿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해도, 뭔가를 잘한다고 칭찬해도 저는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장난치지 마세요' 라든가 '아니에요' 라고 답하게 됩니다.
실제로 마음속에서도 '저 사람은 무슨 꿍꿍이로 나한테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고 그러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라도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에 참여하는 분이 있다면..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0대 초반인데도 아직도 이렇습니다.
제 증상은 아마 정말 미미한 것이겠지만, 누군가는 정말 큰 상처를 받고 병원을 다니고 괴롭힘을 당하던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발작을 하기도 합니다.
장난으로, 혹은 그냥 잠시 맘에 안 들어서 누군가를 괴롭히면, 그 사람은 평생 씻어내기 힘든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며칠 전 방송을 보기도 했고, 괜히 새벽이라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서 글 남겨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