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대강 스토리만 알고 있었던 베니스의 상인은 돈놀이꾼 유대인 샤일록이 나쁜 놈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선량한 베니스의 민간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글을 다 읽어보니 그런 것도 아니네요.
우선 만악의 근원인 바사니오에 대해 말하자면
가진 거 쥐뿔도 없음 + 오로지 가문빨로 으시댐 + 그런 주제에 빚까지 짐 + 친구 돈으로 결혼식까지 치름
유유상종이라고, 그 친구 안토니오도 참 못 되어먹은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생각되는 안토니오의 만행은
딱히 안토니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돈놀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유대인 샤일록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비난함 + 그러다 자기 급하니 돈 빌려달라 하는데 끝까지 자기 잘났다고 뻗댐 + 신혼부부의 결혼 반지를 생전 처음보는(생명의 은인이지만) 사람에게 주라고 종용함
그렇지만 제일 나쁜 사람은 포샤입니다.
공정해야 할 법정에 법률 지식이나 법정 경험도 전무한 사람인데도 인맥 혈연 동원해서 법관으로 허위 위장, 잠입함 + 계율 지키며 살고 있는 유태인을 법으로 하여 강제로 개종시킴 + 살점에 당연히 피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피를 흘려선 안된다고 하는 모순된 엉터리 판결을 내리면서 한 유대인 상인을 빈털털이로 만들고 그 딸이 기독교와 결혼하도록 강제함
물론 살점 대신 돈으로 받으라는 권유를 거절한 샤일록도 샤일록이지만 그간 얼마나 맺힌 게 많았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그런데 사실 샤일록의 주장은 비인도적이며 계약서도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 수정 또는 합의가 가능할텐데 그렇게 해서 좋게 좋게 넘어가면 되는 것을 굳이 샤일록 망하게 하려고 아주 합심을 했네요.
당시 유대인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대문호의 글이라고는 하나 요즘에 이런 소설이 나왔으면 대번 까이고 까였겠죠?
어릴 때 읽어보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아니, 지금에 와서 읽으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