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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번역가들의 디스전
게시물ID : readers_13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10
조회수 : 1178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4/06/25 15: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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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그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입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가 쓴 이 책은 작년에 관련된 영화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게 됐는데, 이로 인해 국내 출판사들의 경쟁이 시작됩니다. 당연히 같은 작품을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하려니 번역가가 중요하게 된 거죠.
 
그런데 김영하 씨(소설가 김영하 씨 맞습니다)는 문학동네에서 번역을 하고 출판할 당시 옮긴이의 말 부분에 이렇게 썼습니다. 대략 요약하자면 원서는 생동감이 있는데 판본은 딱딱하다. 이는 번역 때문이어서 자신이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번역을 하였다. 이런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원어로 쓰여있는 개츠비, 더클래식의 개츠비(이기선), 문학동네의 개츠비(김영하), 민음사의 개츠비(김욱동)을 다 읽어봤는데 확실히 김영하 씨의 번역은 원문 그대로 번역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가다듬으신 부분이 눈에 띄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김영하 씨의 번역을 가장 좋아했고요. 무엇보다 읽는 느낌이 좋아서.....
 
 어찌되었든 간에 김욱동 씨는 2003년 판본의 개정판을 다시 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상황상 김영하씨에게 말하는게 분명하죠...
 
"그의 번역판은 번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번안'에 가까울만큼 의역이 심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오역이 눈에 띄었다."
 
"김영하의 번역은 하루키의 번역에 비하면 원문에 대한 충실도와 가독성이 크게 미치지 못한다"
 
 사실 김욱동씨는 번역을 할 때에 가감보다는 원문 그대로를 옮기려 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강합니다. 그렇지만 뭐... 그건 사람 취향 문제니까요. 어찌되었든 간에 김욱동씨는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라는 책까지 내시면서 개츠비 번역에 쐐기를 가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을 번역가 10인이 어떻게 번역했는지 비교하면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첫 문장은 이거죠. 저는 이걸 영어로 외우고 다닐 정도로 좋아합니다. 마지막 문장("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과 같이 말입니다.
 
 
 
0. 원문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1. 김석희 번역, 열림원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그 충고를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되새기곤 한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2. 김욱동 번역, 민음사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3. 김영하 번역, 문학동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4. 김보영 번역, 펭귄클래식코리아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 받기 쉬운 시절에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몇 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평생 가슴속에 새겨두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네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기억하렴.”

5. 이기선 번역, 더클래식
어렸을 적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여리고 유약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여린 나에게 충고해 주셨는데 언제나 그 조언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지면 이 말을 명심해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너처럼 혜택을 누리고 사는 건 아니란다.”

6. 김태우 번역, 을유문화사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 아버지께서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다. 그때 이후 나는 그 충고의 의미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누구를 비판하고 싶으면 언제나 세상 사람들이 다 너만큼 혜택을 받고 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7. 한애경 번역, 열린책들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8. 송무 번역, 문예출판사
내가 지금보다 더 젊고 마음 여렸던 시절, 아버지께서 내게 충고를 한 가지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그 충고를 마음속에 되새겨왔다. “누구든 흠잡고 싶은 맘이 생기거든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누리고 산 건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9. 정현종 번역, 문예출판사
내가 더 어리고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웠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해주셨는데, 나는 그 말씀을 그 후 줄곧 마음 속에 뇌어 오고 있다. “네가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하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이런 걸 생각하거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네가 가졌었던 그런 유리한 처지에 있지 못했다는 걸 말이야.”

10. 황성식 번역, 인디북
내가 아직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남의 말에 화를 내곤 하던 시절의 일이다. 그때 아버지는 내게 충고 한 가지를 해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버지의 충고를 항상 마음 속에 되새기곤 했다. “남의 잘잘못을 따질 때는 언제나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번역은 언제나 취향의 문제입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만큼 완벽한 것은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런 만큼 여러 번역본을 읽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고 자신이 믿을 만한 번역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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