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엄마가 상당히 안좋게 봤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그동안 뭣도 모르고 그리워하니까 별말 안했던 것 같네요.
뭐,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보는 일은 없었네요. 8살때 몇시간 정도 같이 있던 후로 못봤거든요.
뭐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중학교때 시험 공부하려고 새벽에 일어났더니 할머니가 엄마랑 말싸움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때 제 아버지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서야 제대로 안거죠. 아, 역시 그새끼가 나 버리고 도망친거구나 ..
그때부터 아버지란 주제에 질색을 했던 것 같습니다.
뭐 그리곤 그냥 지냈어요. 이제와서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나중에 엄마랑 싸웠을 때죠. 다들 부모님이랑 싸우면 서로 할맛 못할말 다 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렇게 엄마랑 성적문제로 싸우고 있자니,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너 공부 해서 니 애비한테 보란듯이, 얘가 이렇게 컸다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근데 그 말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그냥 엄마란 사람이 날 과시용으로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렇게 내가 힘들어 하는데도 강제로 학원보내고 그랬구나 .. 싶어서.
그날 이후로 가족들이 전부 보기 싫었어요. 간간히 놀러오던 이모는 왠지 날 비웃는 것 같았고
엄마는 날 과시용으로만 보는 것 같고, 할머니는 내게 너무 엄격했어요.
그렇게 되니까 툭하면 엄마랑 싸우고, 언성 높이니까 결국 할머니가 나랑 둘이 있을때 말 꺼내더군요.
대체 왜그러냐고.
왠지 그때만 해도 적어도 날 비웃거나, 버리거나, 과시용으로 보는 사람은 아니니까 할머니한테 속마음을 전부 얘기했어요.
아무 말도 없으시더군요. 그리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차라리 아니라고, 부정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가 무너지니, 다른 사람한테 잘보여서 뭐하지?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주변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혼자 지내고, 혼자 있었으면 해서 성격이 모질게 변했습니다.
다행히 입학한 학교가 마이스터고라 취직이 걸리다보니 괴롭힘은 없네요.
뭐, 요즘은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서 게임이나 하고, 인터넷만 돌아다니면서 하루를 끝내고있어요.
흔히들 말하는 히키코모리죠. 그래도 중학교때 친구들이랑은 계속 연락하고 있어서, 종종 나가곤 합니다.
엄마는 할머니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요즘 많이 누그러지셨습니다.
할머니는 제게 죄책감을 느끼시는지 절 부담스러워하는게 느껴져요. 제가 서운해할까봐, 화낼까봐 ..
이모가 집에 왔을땐 방에 틀어박혀서 절대 나가지 않게 되네요.
이런 삶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냥 쓰레기같은 삶. 있으나 없으나, 짐덩어리만 되는 생활 ..
지겹습니다, 이젠.
그냥 잠에 들면 어느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