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괴담 놀이하지 않을래?"
지니위즈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살짝 어두우면서도 손님도 적어 약간 조용하기까지 한 주점에서 소녀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하게 들려왔다. 덥다는 생각마저 하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여름. 비도 내려 습하기까지 한 이런 여름에 무서운 얘기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지니위즈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며 다른 이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넌 그냥 심심할 뿐이잖냐."
"괴담 놀이하는데 네 의견 따위는 필요 없거든? 그래서, 응? 우리 괴담 놀이하자."
남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미 할 생각으로 가득했던지 당당하게 상 위로 자신이 준비해온 물건들을 와르르 쏟아내기까지 하는 모습에 다른 이들은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소녀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흥얼거리기까지 하며 자신이 늘어놓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작은 접시 여러 개와 양초 한 무더기. 성냥 한 갑과 소금 한 봉투까지. 고작 으스스한 얘기 좀 나누는 것으로 무슨 준비물이 그렇게 많이도 필요하냐는 당연한 질문에 소녀는 어깨까지 으쓱이며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그냥 한 명당 괴담 하나 말하는 건 시시하잖아! 좀 더 복잡하고 그럴듯하고 무섭고 으시시한 게 좋으니까 말이지!"
"귀찮게."
"네, 그쪽 의견은 필요 없고요. 아무튼, 우리 하자!"
"재밌긴 하겠는데 그래서 이거로 뭐하게? 슈시아한테 불 꺼달라고 하고 촛불 잔뜩 켜고 얘기하게? 그럼 분위기는 있을 것 같은데."
"무서운 얘기와 소금이 관계가 있기는 한가요?"
"초는 또 뭐 이리 많이 샀냐? 그냥 뭉텅이로 샀네."
연이은 질문들에 지니위즈는 쓸데없이 헛기침까지 해가며 간단하게 목을 풀었다.
초 16개를 켠 뒤 순서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낼 때마다 자기 몫의 초 하나를 끈다. 그렇게 4명이 돌아가며 각자 4개의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여기까지가 소녀가 말하는 괴담 놀이의 간단한 규칙이었다.
"그럼 이 소금은 뭔가요?"
"부정 타면 소금 뿌린다고 하잖아. 혹시 모르는 일에 대한 대비로 전부 끝나고 서로에게 소금 뿌리고 완전히 끝내는 거야. 훌훌 털어내는 의식? 그런 거지!"
"무서운 얘기 하면서 초 끄는 거라니 뭔가 재밌어 보이네. 분위기 있다, 야."
"결국엔 하는 거냐. 그나저나 귀신 얘기하면 귀신이 찾아온다잖냐. 거기다가 네 명이 이야기 네 개씩이라니, 불길한 수가 겹쳐서 너 진짜 부정 탄다?"
평소 같았으면 검신의 말에 욕지거리라도 하며 무시했을 터였지만, 소녀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그럴듯했는지 내심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다 너한테 귀신 들러붙어도 난 모ㄹ…."
"저기요! 거기 퇴마사 아저씨! 우리 괴담 놀이할 건데 무서운 일 생기면 아저씨의 퇴마술로 으쌰으쌰 해주세요!"
"뭐? 내가 왜…."
"돈 줄게요!"
"오케이. 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즉석으로 근처에서 잔을 기울이던 퇴마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자 지니위즈는 한껏 의기양양해진 표정으로 검신을 돌아봤다.
"쫄았구만."
"그야 나는 무써운 얘기에 약한 어린애인걸! 너는 그런 거에 우둔해 빠진 아조씨고! 자! 그러니까 얼른 얘기를 하자구! 이제 안전하니까!"
소녀의 말이 끝나고 16개의 촛불에는 하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어느 여름날 펼쳐지는 무서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
안녕하세요. 아라드의 흔한 글쟁이입니다.
여름 특집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올릴 계획이고, 오전 1시가 되기 전에는 올릴 생각입니다.
최대한 자정에 맞춰서 올릴 생각이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야기의 끝이 올 때까지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