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3살 된 애 셋 아빠입니다.
애 나이는 4,6,8살이고 딸딸 아들입니다.
제 아내가 저보고 철없다고 그러네요. 이 이야기를 맘까페에 올리고 거기 달린 댓글도 아내랑 비슷해요.
과연 제가 철 없는 걸까요.
최대한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 위주로 한번 써 보겠습니다.
저랑 와이프는 직장인이라서 저희 어머니께서 매일 아이들 아침부터 아내가 퇴근할 때 까지 봐주십니다.
저는 퇴근이 좀 빨라서 항상 직장에서 퇴근하면 5시 반 정도면 집에 옵니다. 아내는 한 10~20분 정도 먼저 와 있구요.
제 일상은 보통 이렇습니다.
집에 오면 애들 셋 데리고 아파트 놀이터에 가기도 하고 애들 데리고 근처 수퍼에 간식을 사러 같이 가기도 합니다.
거의 매일 제가 퇴근하면 애들이 기다렸다 놀아달라고 해서 저녁 식사 전까지 제가 주로 데리고 놉니다.
저녁은 밖에서 다섯 가족 모두 나가서 사먹거나 집에서 먹기도 하는데 자주 제가 저녁을 준비하기도 합니다.(애가 셋이라 외식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집에서 밥 먹을 때는 제가 저녁 만들면 아내가 애들 밥을 먹이고, 아내가 준비하면 제가 애들 밥 먹이곤 하거나 아니면 그냥 내외 가릴 것 없이 애들 붙들고 같이 밥을 먹입니다.(애들 밥 먹는데만 2시간 정도 걸림)
집이 못봐줄 정도로 어지러워 지면 저랑 아내랑 가리지 않고 청소 합니다.
설거지는 주로 아내가 하는데 밤에 아내가 골아 떨어져 있으면 제가 하기도 합니다.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수거일날 무조건 제가 합니다.
애들 목욕은 아내가 주로 시키지만 애들 닦이고 옷 입히기는 제가 하고 가끔 제가 애들 목욕시키기도 합니다.
애들 태우고 마트도 자주 가는데 주로 다섯식구 가기 보다는 제가 두명 정도 데리고 갔다옵니다.
마트를 가는 이유는 장보기 위해서라기 보다 그냥 애들이랑 시간보내기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마디로 퇴근하면 거의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같이 합니다.(도와주는 개념 아니라 같이 합니다.)
직장에서 회식이 분기당 2번 정도 있는걸 제외하면 일체의 외부 일정 없고 퇴근하면 무조건 집에 들어옵니다.
주말에는 거의 애들 제가 전담해서 보구요,
이런 삶을 첫째가 나온 후 부터 8년동안 했습니다.
취미생활 전혀 없고 유일한 취미는 9시~10시정도에 애들이랑 아내가 잠들면 컴퓨터 켜놓고 노는것입니다.
몇년 전 부터 너무 육아에 지치기도 하고 우울한 생각이 계속 들고 체중도 계속 불어서 아내에게 매일 운동좀 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혼자 애 셋 보면 힘들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에 동생이 보드게임 동호회에 나가는데 거기 우연히 따라갔다가 사람들 서너명이랑 보드게임을 했는데 스트레스가 풀리고 그 주동안에 우울한 느낌이 하나도 안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평소에 추리, 추론같은걸 좋아하는데 보드게임을 하며 나름 머리를 썼더니 좋아하는 것을 해서 정서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제가 보드게임 동호회 갔다오니 무척 싫어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동안 가사나 육아에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일주일에 한번 보드게임 동호회 가서 스트레스 좀 풀고 취미활동으로 하고싶다고 했더니 당장 맘까페에 글 올리더니 반응 보여주더군요.
남편 그런데 절대 보내면 안된다구요.
보드게임 동호회는 주로 기존 까페 같은 곳에서 회원들 서너명 모여(거의 남자) 게임 몇개 돌리고 헤어지는 식입니다.
제가 직장에서는 집밖에 모르고 애 밖에 모르는 남자로 인식될 정도로 항상 집에만 매여 살아왔는데 일주일에 딱 1번만 나가서 보드게임 하고 돌아오면 내가 숨이 트일 것 같다고 좀 부탁을 했습니다.
마지 못해 가라고 해서 그 다음 주에 갔다 왔더니 또 트릿해 져 있길래 그럼 2주에 한번만 갈테니 이정도는 용납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못마땅해해서 그럼 딱 한달에 한번만 갔다오겠다고 했더니 이 마저도 용납하기 힘들어 하네요.
애가 셋이나 있는데 그런데 갈려고 한다고 철없다고 합니다.
직장 퇴근하고 그 어떤 취미활동도, 운동도 안하고 그저 집에만 매여 있는 저입니다.
한달에 한번 취미활동 하고 돌아와 활력을 얻어 애들 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도
전혀 이해해 주지 않네요.
집밖에 모르고 제 딴에는 애들 키우는데 같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러고 보니 정말 평생 집에서 애만 보고 늙는다고 생각하니 우울합니다.
우울한 생각은 예전부터 지속되었는데 요즘 그게 부쩍 심해져서 저번주 부터 정신과에서 진료도 받고 있습니다.
저 정말 철 없는 아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