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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실증
게시물ID : panic_13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르르르부르
추천 : 7
조회수 : 595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4/01 16:54:39
눈을 떴다. 형광등 불빛만이 어렴풋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하얀색 뿐이었다.
창문조차 없는 조그만 방의 침대에 오로지 나 혼자 누워 있었다. 
"여기가 어딜까?" 
내가 왜 이곳에 누워 있는 걸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머리맡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일어나 보려 했으나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온몸을 덮고 있었기 때문에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면서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간호사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이곳은 병원이란 말인가?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그러자 여자는 머리맡에 있는 기계를 체크하며 사무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사흘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외진 곳이라 지나가던 사람도 없었고....
마침 저희 병원 앰블런스가 발견했기에 살아나셨죠. 한 시간만 그대로 뒀더라면 지금쯤 돌아가셨을 거예요. 기억 안 나세요?" 
"여, 여기가 어디죠?" 
나는 터질 듯 아픈 머리로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충청북도 진천이에요." 
"내가 왜 진천엘 왔죠?" 
"그야 저도 모르죠. 그럼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간호사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내 이름도, 
심지어 내 얼국조차도.... 간호사는 차트에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었다. 
그날 밤이었다. 40대쯤 돼 보이는 의사가 들어왔다. 
"선생님은 신경을 다쳤습니다. 목 아래 부분은 아직 감각이 없으실 겁니다. 그래서 고정을 시켜놨으니, 
갑갑 하더라도 한 달 정도만 참고 견디십시오. 
선생님은 하반신 신경마비 증상 외에는 다른 장기는 이상이 없습니다. 
간이나 콩팥 같은 장기는 보통사람보다 오히려 건강한 편입니다." 
"선생님, 제가 누굽니까? 기억은 언제쯤 돌아오죠?" 
나는 너무 답답해서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그러자 의사가 대답했다. 
"기억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봐야죠. 기억상실증이라 가족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고.... 
하지만 치료비 걱정은 마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의사는 친절하게 말한 다음 뒤돌아 나가려 했다. 
"잠깐만요. 선생님!" 
나는 돌아서는 의사를 불러세우고 물었다. 
"오늘은 며칠이죠?" 
의사는 8월 10일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나는 과연 누굴까? 내 몸은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 하반신을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볼 수가 없었다.
 스테인리스 같은 기계 속에 몸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늦게 간호사가 들어왔다. 
"좋은 소식이에요.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어요." 
간호사는 발 언저리에 걸린 챠트에 뭔가를 적으며 그렇게 말했다. 
"제가 사고를 당하던 날 입고 있던 옷이라든지 소지품을 좀 볼 수 없을까요?" 
그러자 간호사는 차갑고 단호한 어조로 거절했다. 
"그건 안 돼요. 지금 선생님은 작은 일에도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신경조직이 민감한 상태란 걸 모르세요? 의사 선생님의 지시이기 때문에 소지품을 보여드릴 수 없어요." 
그녀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잠결에 낯선 사람들의 가느다란 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간호사와 두 명의 낯선 남자가 내 침대 곁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로 봐서 심각한 얘기가 오가는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은 내 몸을 덮고 있는 스테인리스 치료기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v자를 그렸다. 간호사는 고재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든 것이 잘 됐다는 듯한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리곤 큰소리로 웃었다. 
남자들이 간호사와 악수를 나누고 병실을 빠져나가자, 간호사는 침대의 발치께로 가서 챠트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뭔가를 끄적인 후 챠트를 제자리에 걸어두고 병실을 나갔다. 차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성명 : 미상 
병명 : 기억상실증 
8월 12일 : 간 상태 체크, 503호 환자 구입신청 
8월 13일 :성기, 803호 환자 구입 으뢰(300만원) 
8월 16일 : 간과 신장, 206호에서 구입(1,000만원) 
8월 17일 : 왼팔, 예약 완료, 306호 환자(400만원)





[출처] 잔혹소녀의 공포체험
[글쓴이] 잔혹소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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