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읽어만주세요ㅠ] 저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에요. - 서울교대와 초등임용
게시물ID : freeboard_16042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릭스세자르
추천 : 5/22
조회수 : 777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08/04 22:42:38
옵션
  • 본인삭제금지
안녕하세요.
황망한 마음을 추스르고 글을 두드려 올린 끝에,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를 체험하고 다시 두드립니다ㅠㅠ
 
흔히들 아는 이야기로, 지옥으로의 길은 선의로 가득차 있는 법이에요.
선의가 지옥을 만든다는 이야기기도 하고, 순수한 악의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할 겁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중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라며 재단한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저 사람은 참 나쁜 사람이네. 어쩜 저렇게 행동할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던 적은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던 기억이 있나요?
 
사람이 이기심과 합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을 무시하려는 바는 아니지만,
오롯이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나요? 혹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라도?
 
서울교대가 오늘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하였습니다. 즐거운 일로 오르내린 건 아닌지라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네, 저도 '그' 서울교대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아시다시피, 여론은 그리 저희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글을 읽는 당신께서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겠지요.
 
그 여론이 원래 적이어서 그리 된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저희와 다른 경험을 한 무엇이 이 상황을 그렇게 보도록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찬가지로, 저희가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사와 댓글의 추천수를 기준으로, 그에 대한 '제 대답'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지금껏 가지고 계신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글을 읽어 주셨으면 해요.
 
이 글을 읽고 나서, 저희에게 무조건 찬동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놈들, 저런 것들이 교사를 하겠다니'라는 주장에 대하여는 다시 고민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두드립니다.
 
모든 상황은 당사자의 의견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나름 억울한'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제 신발을 신고서, 제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주신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씁쓸하지만 존중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제가 공중의 분노를 부를 정도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지 않았으리라 믿고,
그 판단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고와 다르지 않음을 믿습니다.
지금의 백안시는 단지 저희의 입장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그리 믿습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문답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Q1. 원래 직장도 인서울은 힘들잖아요. 그 정도 경쟁률도 소화 못하나요?
A1.
아마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리라 생각합니다. 뒤의 질문들도 대부분 여기서 시작하겠지요.
교육대학은 '초등교원을 양성하고 수급하는 기관'입니다. 즉 국가에서 의무교육 중 초등교육 부분을 담당하고자 만들어낸 공급처지요.
교육대학에 진학한다 함은 (비록 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한 일반대학과는 다른 각오를 필요로 합니다.
이른바 '취업이 보장되는 학교'들에 묶이는 이유는, 다른 학교나 학과들처럼 입학생은 소정의 교육 후 해당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지요.
맞아요. 다수의 지원자를 받아 우수한 사람을 추려내는 방식을 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직자가 이런 방식에 적응하고 있지요.
왜 저희는 그러하지 못하느냐. 사실 못할 이유는 없겠지요. 뒤에 나올 '중등교사' 처럼 진행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국 교대의 입학정원과 초등교사 임용인원은 모두 교육부 소관입니다.
즉, 14년에 교육부가 지시한 교대 신입생의 인원을, 17년의 교육부가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각 교육청의 명의가 있긴 합니다만, 원칙적으로 초등교육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로 국가의 책임이라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17년 서울 기준 100여명, 전국 기준 2천여명의 교사를 공급받겠다는 계획을 교육부가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14년의 교육부가 서울교대 100여명, 전국 교대 2천여명의 신입생을 받았어야 옳지 않을까요.
2013년도에 여러분들은 교대에 대하여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나요? 제가 2013년에 가진 것과 같았을 겁니다.
그것이, 일반 취직과 동일하게 '취업 전선을 통과해야 할 학교'였나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을 믿고 교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어째서 교육부의 계산 착오로 작년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나요.
 
Q2. 사범대는 더 높은 경쟁률을 갖고 있는데 왜 교대만 불만을 갖고 있나요?
A2.
아니에요. 사범대, 교직이수자들도 마찬가지로 우울해하고 있어요. 거기도 많이 줄었거든요.
덧붙여, 사범대가 높은 경쟁률을 갖고 있는 것은 우수한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범대와 교직이수 정원이 공급량 증가를 만든 것 뿐이고,
교육대학처럼 세밀한 교육부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급 과잉이 된 것입니다.
(중등교사처럼 많은 지원자를 받고서 선별할 것인지, 초등교사처럼 지원자부터 제한할 것인지는 사실 호오가 갈릴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이 점은 잊지 말아주세요.
중등교사 임용이 힘들다면, 그것이 초등교사 임용이 힘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 쇠사슬이 굵으니까 저 친구의 쇠사슬도 제 것만큼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Q3. 학생이 줄고 있잖아요?
A3.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교실을 더 늘리거나' 혹은 '한 교실에 더 많은 교사가 들어가거나'
특히 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1수업 2교사' 제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둘 다 지향하는 바는 같아요. 1명의 교사가 집중할 학생의 수를 감소시키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유럽에서는 한 반에 12~15명 정도래. 그러면 다 집중이 된대'라고 하는 그것입니다.
실제로 교사 증원에는 이 목표점이 있어요. 좋은 이야기고요. 문제는 돈입니다.
 
Q4. 지금 임용대기자도 서울에만 천 명이 넘는다면서요? 증원해야 된다고 했잖아요?
A4.
네, 맞습니다. 이상적으로 싹 고용하기에는 월급이 부담되어 대기시키고 있답니다.
최근에 이야기나온 방과 후 교사, 기간제 교사 등이 다 무엇이겠어요? 인건비를 아낀 결과로 정규직 자리에 계약직이 들어간거죠.
 
Q5. 그럼 돈이 없으니까 더 뽑아봐야 쌓이는 숫자만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요?
A5.
현실적인 측면에서 저희가 기대하는 방안이 이것입니다.
교육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발령 대기자'일지 '재수생'일지를 결정하게 되겠지요.
바로 임용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돈이 없는 건 압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
(사실 어느 직렬의 공무원이라도 합격 즉시 월급 받고 일하는 곳은 없지요.)
하지만 그 기간동안 자기계발이나 기간제 교사로 뛸 수도 있을 할 수 있는 발령대기자로서 그 시간을 있는 것과,
재수생으로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요.
공부가 덜 된 학생은 재수할 필요가 있지요. 커리큘럼만 따랐다고 다 교사가 되는 것도 곤란하니까요.
그런데 현재 예고대로라면, 졸업생의 80%가 재수할 필요가 있게 된답니다.
(어차피 이 학교 졸업생들은 시험에 떨어져 봐야 재수 이외의 길은 생각하지 못해요)
이건 교육대학이 뭔가 잘못 가르쳤다고 보이는 수준이지 않나요?
 
Q6. 지방은 미달난다면서요?
A6.
지역적인 특성입니다. 서울교대는 서울지역의 초등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곳입니다.
전라남도 등에서 미달이 난다고요? 그건 그 지역의 초등교원 양성와 수급을 담당한 교육대학의 관리 문제입니다.
(신안군이나 섬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각 지역 책임 교육대학이 있는데, 그 공백을 다른 곳에서 메우면 된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타당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인사과에 인력이 있는데 프로그래머를 왜 추가로 채용하냐고 물어보는 느낌이에요.
 
Q7. 안그래도 요즘 취직 힘든데, 섬이면 어떤가요?
A7.
앞서 말씀드린 '지역적 권한'을 초월하는 행위임을 넘기더라도,
이는 앞서 말씀드린 '교육부의 계산 실수'를 수용하겠다는 표현이기 때문에 저희가 취할 수 없습니다.
왜 이번 졸업생들은 서울에만 400명, 전국적으로 2천여명 이상이 정책 계산 실패의 피해자가 아닌 '구직에 실패한 대졸자'가 되어야 하나요.
 
Q8. 다른 교대들은 왜 아무 말도 않는데 서울교대만 그러나요?
A8.
다들 할 거에요. 당장 다음 주 중에 광주교대 총장이 교육부에 올라갈 예정이랍니다.
이번 발표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교대생도, 사범대생도.
그런데 '우리는 가만히 있었으니 너희도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라면,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었네요. 아마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전부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을 수도, 여전히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이것 하나 만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이기적이고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앞뒤 안 가리고 고함지르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저희가 처한 상황은 저희가 보기에 부당하고, 그건 비단 이기심으로만 파악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나름의 이유가 있구나'라는 점만을 기억해 주신다면, 긴 글을 읽어주신 점과 더불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추가로 물어보시는 모든 내용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릴게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