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공게 글 즐겁게 보던 토끼입니다.
오늘은 휴가로 여유있는 평일 새벽이라 제가 군생활 했던 곳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각색이나 MSG첨가가 없어서 재미없을지도...)
종종 댓글로 공병출신이라 쓴 적이 있기에 지역까지 얘기하면 근처에서 군생활 하셨던 분들은 정확히 어디다! 라고 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ㄷㄷ
지금부터 쓸 이야기는 강원도 양구 모 공병부대에서 겪었던 이야기 입니다.
(2000년대 후반)
본문은 얼마전에 여친한테 차여서 지금은 없ㅇ...편의상 음슴체로 하겠습니다.
#1, #2 안무서움 주의
#3 은 개인적으로 아직도 생각하면 무서움..
(발그림 죄송합니다...)
빨간색은 길, 초록색은 산, 노란색은 모래 쌓인 마사토장, 길게 나 있는 파란색은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실개천.
맨 아래 네모는 #1에 나올 위병소
맨 위 네모는 #2의 탄약고 고가초소
그아래 마름모는 #3의 팔각정 입니다.
#1
위병소 하나에 두개의 중대가 들어가 있고 막사는 진짜 무슨 6.25 직후에 지은 듯 한 외관에
(얼마전 베오베 댓글로 본 사진인데 그나마 제일 비슷함..)
본인은 1중대 소속인데 우리 중대가 탄약고 고가초소를, 2중대가 위병소 경계근무를 담당했었음.
옆 2중대는 신병이 들어와서 처음 근무자 교육을 할때 꼭 해주는 말이 있었음.
"면회실 문이 열려있으면 절대 들여다 보지말고 보고만 해라"
면회실은 위병소 뒤쪽, 왼쪽길로 올라가는 방향에 붙어있음.
아직 한참 뛰어다닐 이등병 말 무렵,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는데 밖에서 "파앙!!!" 하는 공포탄 소리가 났음.
당직사관이 2중대로 전화를 걸더니 옆중대 신병이 또 사고쳤다 하며 다시 시선을 티비로 향함.
궁금한데 이등병이 건방지게 물어볼 수도 없고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2중대 친한 행정병한테 물어봤더니
"아 그 XX이 멍청하게 면회실 문열렸다고 들여다 봤다가 공포탄 쏘고 기절해서 보고 올라가고 대대에 개털렸어"
그때 처음으로 그 면회실 괴담의 존재를 알게됨.
후에 당시 사고쳤던 아저씨한테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면회실 문이 반쯤 열려있길래
아무생각없이 들여다 봤는데 왠 사람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채로 앉아 있었고 그 이후는 기억에 없다는거임.
몇주 후에 2중대 전체가 FTC훈련으로 1달간 중대를 비우고 우리 중대에서 위병소 지원 근무를 가야했고 본인도 당연히 새벽근무로 들어감.
분명 근무 투입할때 면회실은 밖에서 자물쇠가 걸린채로 잠겨 있었는데
하... 복귀할때 보니 문이 반쯤 열린거임;;
설마하니 내가 직접 그걸 볼 줄은 몰랐음 ㄷㄷㄷ
애써 외면하고 중대 복귀해서 보고했더니 위병조장한테 인터폰으로 근무자 주의 시키라 하고 끝.
내가 병장쯤 됐을때 2중대 신병이 똑같이 면회실 문열린거 봤다가 공포탄 쏘고 기절한 사건 한번 더 일어남.
#2
1중대가 경계를 담당하던 탄약고 고가초소는 사다리를 기울여 놓은 듯 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2층 높이의 좁은 초소였음.
(굳이 크기를 말하자면 공중전화부스 3배 정도 넓이)
대충 나무기둥을 엮어서 비닐로 여러겹 덮어 방풍처리를 해둔 듯 한 나무초소였고
문을 닫고 들어가면 정면, 후면, 측면 창이 하나씩 있고 측면에 대충 설치해 둔 비상발판과 인터폰이 있었음.
연병장에서 초소까지 그림상으로는 짧아보이지만, 실제로는 15분 쯤 올라가야 하는 산 속에 위치해 있고 초소에서 봤을때
사람이 연병장을 지나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자그맣게 사람 형체가 보이는 정도 거리.
자대 배치를 받고 1주일 대기 후 처음 근무를 나갔을때, 나는 '우 경계총' 자세로 연병장이 내려다 보이는 정면창을 응시하고,
내 사수는... 다음 근무자 올라오는거 보이면 깨우라며 바닥에 총과 방탄을 던져놓은채 기대어 자기 시작함.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래되어 들락날락 하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희미한 사람 그림자 세개가 올라오는게 보임.
"박병장님, 다음 근무자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며 사수를 깨우고 다시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이쯤 올라왔겠다 싶은 거리에 사람 그림자가 없는거임;;
놀라서 길 전체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사수가 "야 지금 몇시야 임마 아직 30분 남았잖아" 라고 짜증스럽게 말하면서 다시 잠...
새벽2시 - 4시 근무였으니 피곤해서 헛것 봤나보다... 했는데 근무끝나고 막사 복귀해서 사수가 하는 말이,
"니가 뭘봤는지 나도 알고 앞으로도 자주 보일거니까 깨우기 전에 시계부터 봐라" 였음.
병장무렵, 갓 들어온 소대 이등병이 나에게 면담요청을 하면서 자기가 자꾸 헛것을 보는거 같다고...
들어보니 내가 이등병때부터 당직부관으로 빠지던 상병 초 까지 봐 왔었던 그 이야기...
"어 그거 나도 봤고 내 동기들도 봤고 전역한 내 선임, 니 위로 내 밑으로 애들 다 본거고 앞으로 들어올 니 후임들도 볼거니까 신경쓰지마,
근데 나도 고참들한테 들은얘기지만 팔각정은 조심하라더라."
#3
탄약고 초소로 올라가는길, 약 4/5 지점에 팔각정이 하나 있었음.
각 8면 벽에는 옛 건물에서 볼듯 한 나뭇살에 종이를 바른 창이 있었고 탄약고에서 보이는 출입구 반대쪽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음.
아래로는 개천이 흐르고 옆은 산이니 여름에 회식같은걸 하면 명당도 저런 명당이 없겠다 싶었지만... 입구 문은 쇠사슬로 묶여있고,
군생활 2년동안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음.
(구 부대 기록물 함에서 과거 부대일지를 봤을때, 1980년대 후반쯤 제작 중이었던 내용을 본것 같음)
새벽에 탄약고 초소근무를 서다보면 초소와 팔각정 사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 뒤로 반쯤 걸친 듯 열린 창문이 보이는데,
간혹 그 창문 사이로 팔각정 안에서 하얀 무언가가 흔들리는걸 목격하기도 했었음.
윗 글에서 말했듯이 대놓고 헛 것이 보이는가 하면, 여름에는 비둘기만한 팅커벨(초대형 나방..)이 날라다니고
간혹 고라니 같은것들도 튀어나오는 지역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신경이 덜 쓰였지만...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큰 사건은 팔각정이었음.
내가 갓 일병 달았던 당시 상병이었던(병장 진급 밀린) 고참이 있었는데 탄약고 근무도중 5개월 후임에게
고의로 공포탄을 발사, 15일 영창다녀온 이후로 불침번 근무만 섰었음.
이 고참이 일병이던 겨울 새벽근무때 있었던 얘기를 해준 적이 있음.
초소에서 근무를 서다가 얼핏 나무에 반쯤 가려진 팔각정 열린창을 보는데
하얀 무언가가 팔각정 천장에 매달린듯 팽그르르 돌더라고.
저게 뭔가 하며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게 어느틈에 스르륵 나오더니 가운데 있는 큰 나무 앞에 사람 형상을 하고 서있었다고.
그리고 다시 초소 아래쪽으로 미끌어져 오는 듯 하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깜짝놀라 뒤에서 바닥에 앉아 자고있던 사수(내가 있을 땐 이미 전역하고 없었음) 어깨를 두드리며 깨우는데
사수는 바닥쪽으로 고개를 푹 숙인채로 계속 잠만 자더라는...
그렇게 한참을 깨우다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밖에서
"이새끼들이 쳐 빠져가지고 씨x발 새끼들 안튀어나와?"
하는 다음 근무자를 인솔해 온 당직사관 목소리를 듣고 급히 초소문을 여는데 그제서야 고참이 일어나 따라 나오더라고.
막사로 복귀해서 당직사관한테 신나게 털리고 같이 담배한대 피러 나갔는데 그동안 한마디도 없던 고참이 입을 열더라고.
"아까 니가 깨울때 그 이전부터 깨 있었는데, 눈 뜨자마자 나무바닥 사이로 아래층에서 올려다 보는 하얀 형체랑 눈 마주쳐서 그냥 자는척 하고있었다."
그 이후로는 탄약고 근무 정말 못들어 가겠더라고, 너도 근무들어갈때 팔각정은 왠만하면 보지말라고 했었음.
그때부터 근무서다가 팔각정의 열린 창문 사이로 뭔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시선을 돌렸고, 내가 상병 되던 무렵부터
대대 당직부관 근무자로 선발되어 중대내 근무가 열외되면서 잊혀졌었음.
그리고 내가 말년휴가를 앞둔 12월 에 사건이 터짐.
대부분 말년 병장들이 그랬듯이, 같은날 전역하는 동기와 함께 새벽 두시가 넘도록 당직사관 근무용 과자를 뺏어먹으며 행정반에서 놀고있었음.
당시 초소 투입 근무자는 이등병 하나와 내 1개월 후임인 병장이었는데,
갑자기 초소 연결 비상벨이 불규칙하게 '뚜~ 뚜뚜뚝, 뚜, 뚜우~~~~' 하면서 울리고 인터폰이 울림.
당직사관이던 소대장이 "이새끼들이 돌x았나" 하며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받았는데,
그때 후임 병장의 다급한 외침이 인터폰 밖까지 들릴 정도였음;;
뭔가 정신줄 놓은 듯 횡설수설 마구 소리를 쳤었고, 당직사관은 바로 오분대기조 기상&출동시키며 본인도 따라서 급히 뛰어나감.
다음 근무자가 근무교대를 하러 올라간 뒤에야 앞 근무자들이 오대기&당직사관과 함께 넋나간 얼굴로 내려왔음.
평소라면 근무 후에 행정반에서 놀다가 라면먹고 나랑 담배한대 피고 자러 가야할 1개월 후임 병장이 그대로 자러 들어가기에 바로 물어볼 수도
없었고, 당직사관은 내 물음에
"쟤들 뭐에 홀렸었나보다, 이상 없는거 확인하고 내려가려는데 거의 울다시피 붙들고 같이 내려가자더라" 라고 했음.
다음날 그 후임을 불러 따로 물어본 내용은 이랬음.
초소 위에 이등병을 두고, 밑에 내려와서 담배한대 피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뭔가 보인다고 하길래 '아씨 사령 순찰왔나...'
하고 급히 담뱃불 끄고 뛰어 올라갔다고.
이등병이 팔각정 쪽을 가리키면서 저 안에 뭔가 하얀게 돌더니 아래로 툭 떨어졌는데 사람같았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얼어붙으면서
"방..방금.. 우리 밑으로 온거 같습니다..." 라고.
그 말 마치자 마자 초소 계단으로 '타타타타타타타탁' 하는 올라오는 소리가 나더니 문앞에서 뚝 멈추더라고.
잠깐 정적이 흐르는동안 그 후임과 이등병이 얼어붙어 있는데 갑자기 바로 문 밖에서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끼끼끼끽깔깔깔깔깔깔히히히히히히히히"
미친듯이 웃는 소리를 듣고 둘다 기겁해서 이등병은 비상발판 막 밟고 후임은 인터폰으로 다급하게 와달라고 소리쳤었다고.
그리고 오대기와 함께 당직사관이 도착할때까지 제정신이 아니었고, 인근 수색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더라고.
근데 계단을 튀어올라오는 소리, 그 미칠듯이 웃는 소리는 둘다 같이 들었으니...
14일동안 말년휴가 나갔다가 복귀했더니 팔각정 뒷 문은 행보관 지시로 닫혀 있었고, 앞 나무는 통째로 잘라놨었음.
그리고 3일간 전역대기를 하던 중, 간혹 방문하던... 인사담당관(상사) 가 '선배님' 이라고 부르던 인근부대 '중사' 한분에게
차라리 안듣는게 좋았을지도 모를 말을 듣게 되었음.
"야~ 니들 이제 전역하냐 ㅋ 축하한다 야 ~ 내가 한 10년쯤 전에 여기 중대 행정관으로 있었는데 ㅋㅋ"
"그렇습니다~ ㅎ 근데 담당관님, 혹시 그때는 팔각정 썼었습니까?"
"아 그거... 그때가 월드컵 전이니까 2000년인가 2001년인가...아마 겨울이었을거야 12월쯤?... 애 하나 팔각정 안에서 목메 자살하고나서 폐쇄 했었지 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