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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이 싫다
게시물ID : gomin_13708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Nnb
추천 : 11
조회수 : 3138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5/03/01 23:33:59
가난은 나를 위축시키고 작게만들며
가족들과의 불협화음을 만든다

행복도 사랑도 돈이 있어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걸 알았다
아무리 가족이란 관계여도 말이다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걸 못 누리는것을 떠나서
돈이 없으면 가장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없다
행복은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하지만
이 세상 모든 물질 관계 감정들은 거의 대부분 돈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냥 친구를 만나는것도 돈이 없으면 힘들다

얼마전에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놀면서
먹고 즐길때마다 턱 턱 사라지는 만원짜리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었다
분명 행복하려고 가지는 만남인데도
나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었고
내가 알바생에게 건넨 만원짜리들이 계속 아른거렸다


열심히 산다고만
노력한다고만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나는 고등학교때도 학업을 하면서
용돈을 벌기위해 알바를 했다
평일은 야자까지해서 하루왠종일 학교에 남아 공부를했고
주말에는 12시간씩 서빙이랑 카운터를 보았다
입시가 끝나고 남은 3개월동안
마트에 들어가서 판촉알바를 하고 택배업무를 보았다
친구들 카톡 프로필사진을 생각없이 쭈욱내리다가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수없었다

우리아빠는 50줄에 하루종일 머리를 싸매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신다
자격증 시험이 얼마 안남았다고 한다
밥먹으러 집에오는 시간이 아깝다며 도시락을 싸가신다
나날이 수척해가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는 내가 초중고등학교에 다닐때 부동산을 하셨고
그때도 너무 일을 열심히 하셔서 스트레스성 당뇨에 걸리셨다
극동건설에서 일하셨다가 IMF때문에 회사가 부도났을때는 배달일도 하셨다

엄마는 아빠가 회사부도때문에 수입이 변변치않을때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다
그때쯤 여동생이 태어나서 항상 엄마 등에는 아기가 매달려 있었고 엄마는 그몸으로 수십명의 학생들은 가르치셨다
형편이 더 안좋아졌을때는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도우셨다
지금은 자택알바까지 하고계신다
옷의 치수를 재면 한건당 몇백원씩 받는건데
볼때마다 옷의 치수를 재고 있는것을 보면 눈물이 난다
제발 집에서는 두분다 쉬었으면 좋겠지만
집에서도 어머니는 옷을재고 아버지는 공부를한다
급기야 티비를 없앴다


나는 가난이 싫다
누가 나를 노려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 값어치가 낮아지는 느낌이다
내가 봤을때도 나는 아직 철이 덜 느낌이다


고등학교때 여자몸으로 치킨집에서 서빙 배달알바를 했다
가게 주변 아파트는 내가 배달했고
조금 멀리있는 곳은 다른오빠가했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이였다
나는 어느때와다름없이 치킨을 들고 걸어서20분정도 걸리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초인종을 눌렀고 같은반 남자애가 나왔다
둘 다 당황했고 나는 어? 누구누구야 치킨시켜먹네 라며 태연스럽게 말하지 못했고 카드계산이세요 현금계산이세요 하며 모른척을 했다 내가아예모른척 해버리니 그 친구는 더 당황한것같아보였다 
그친구는 내가 좋아하던 같은반남자아이였다
그날이후로 그아이를 볼때마다 왠지모르게 내 표정은 울상이됬다 
아마 엄청나게 미워보였을테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20년동안 지켜본 우리 부모님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고 절약하신다
근데도 우리는 가난을 벗어날수없다
학벌? 우리엄마도 아빠도 다 서울에서 중위권은 되는 경영학과 영문학과를 나오셨다
나는 모르겠다
열심히해서 잘되는 세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것인지
이런말이 실례지만
나는 엄마아빠처럼 살고싶지는않다
적어도 노력한만큼의 대가는 받고살고싶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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