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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서울로 올라온지 벌써 5개월.
게시물ID : gomin_13708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NkZ
추천 : 6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2 00:10:46
.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올라와서 생활하길 2개월,
월급이 좀 밀리는가 싶더니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회사는 망해버렸다.
대학졸업 후 첫 회사가 이렇게 갑자기 망할지도 몰랐고 실감이 잘 나지도 않았다.
 
회사가 망하고 못받은 월급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하던 돈은 점점 없어졌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원룸촌 중 하나에 있는 작은 원룸이지만 서울값하는 월세때문에 밥을 챙겨먹는것 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건 식욕이 없어서 밥값은 많이 안든다는것
 
부리나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하루에도 수백번 채용공고를 체크하고 수시로 지원서를 넣어본다.
게중에는 면접보자고 연락오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더 뛰어난 스펙요구
 
이쯤되니 생각이 많아졌다.
 
내 실력은 거의 다 쓰러져가는 회사에서나 통할 실력인가?
그래도 면접제의가 들어온다는 건 가능성은 있다는 뜻 아닐까?
실력은 괜찮은데 인상이 별론가?
그래도 학교다닐땐 나름 우등생이었는데 그딴건 아무소용도 없는것같다.
......
..
.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내다보면 어느새 또 월세를 내는 날
한달동안 또 아무 성과도 없이 지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학교에 다닐땐 몰랐는데 한달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부모님에게 손벌리는것도 이젠 너무 죄송스러워서 되는대로 외주를 구한다.
돈은 벌리지만 딱 월세낼것이랑 약간의 생활비 정도만 벌린다.
못버는것보단 나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지방에서 서울로 부리나케 올라와서 아는사람이라고는 같이 다녔던 회사동료 몇명 뿐.
그조차도 회사가 망한후에는 서로 서먹해져 연락이 오고갈일이 별로 없다.
 
대학생때는 술을 입에 대지않았지만 요즘은 문득 술이 땡겨올때가 많아졌다.
물론 같이먹을 사람은 없으므로 병맥주 두어병을 사서 적막함을 친구삼아 천천히 홀짝인다.
그러다가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생각은 안하고 술이나 마시고 있는 한심한 모습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다.
 
무언갈 하지않으면 금새 불안해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하지만 취직은 해야한다.
그래서 다시 이력서를 넣어보고 채용공고도 확인해본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쳐다보면 20대의 활발함은 온데간데 없는 그저 백수일뿐인 여자하나가 들어앉아있다.
 
힘내자는 말도 이제 질리니까 빨리 회사가 원하는 포폴이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가끔은 영화도 보러다니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친구랑 소소하게 악세사리집도 구경하고싶다.
집에만 있고싶지 않다. 회사 안다닌다고 집주인에게 눈치보이고싶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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