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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괴담 - 略式百物語 #. 열 번째 이야기 연금술사의 물약
게시물ID : dungeon_6654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8/11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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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자신의 앞에 한창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하나를 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금술사들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몇 가지 재료들을 조합해 이런저런 과정을 걸쳐서 사람들, 대개 모험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들을 만들어 내잖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회복포션이죠? 대체 무슨 효능이 있길래 상처가 회복이 되는 걸까요? 어떤 것은 피로를 풀어주고 말이죠.
 그것 말고도 한동안 힘이 세진다거나, 강해지게 한다거나. 다양한 것들이 있죠. 그런 물약들이 있기에 우리 같은 모험가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모험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어떻게 보면 고마운 분들이기도 해요.
 그런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는 것에 한계가 존재할까요? 아, 존재하기는 하겠죠. 지금 알려진 제조법 중 가장 효과가 훌륭한 것이 현재로서의 한계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계라는 건 없는 게 아닐까요?
 그런, 현재 존재하는 한계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각을 넘는 물약은 어떤 효과를 내게 되는 걸까요? …아무래도 떠올리기 힘든 거죠. 상상 이상의 것은 상상하기 힘든 법이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현실은 상상 이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대로예요. 무엇을 상상하던, 현실은 그 상상을 뛰어넘는 법이에요.

 어느 모험가에게 반해버린 어느 연금술사가 있었어요. 사선을 넘나드는 모험을 하면서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에,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사선을 넘나드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아라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기술들로 거침없이 몬스터에게 달려드는 모습에, 완전히 빠져버린 거예요.
 당연히 연금술사는 힘도 뭣도 없었으니 모험가를 근처에서 볼 수가 없었죠. 하지만 자신이 지켜볼 수 있는 거리라면 거침없이 지켜봤죠. 모험가가 이런 사실을 알았냐고요? 그럴 리가요. 네, 스토커예요. 세상 참 무섭죠? 왜 그래요? 설마 부럽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하하, 스토커였네요.
 하여튼, 먼발치에서 모험가를 바라보며 연금술사는 생각했어요. 저러다 많이 다치는 건 아닐까? 다친 곳은 얼마나 아플까? 크게 다쳐서 돌아오는 건 아닐까? 혹여나 잘못되어 영영 만날 수 없게 되면 어쩌지? 연금술사는 너무나 무서웠어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 건 싫었으니까요.
 그래서 연금술사는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모험가를 위해서 단 하나뿐인 물약을 만들자고. 모험가가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모험가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물약을 만들자고. 그렇게 생각한 뒤부터 연금술사는 그렇게 사랑하는 모험가를 보는 것조차 참아가며 물약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연금술사가 바라던 것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죠. 그래도 연금술사는 계속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이 완성될 때까지 만들고 또 만들었어요. 사랑의 힘인 거겠죠. 그래서, 연금술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냈을 것 같나요?
 …기적이라면 기적일까, 아니면 집념의 결과일까. 정말 놀랍게도 연금술사는 약을 만들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어떠한 물약을 만들어냈어요. 그게 연금술사가 바라던 그 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연금술사는 그것이 모험가를 지켜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약이 완성되었으니 연금술사는 단박에 모험가에게 달려갔어요. 목숨이 위험해지면 이것을 마시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약을 건네주었죠. 물론 의심스러웠지만, 모험가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어요. 겉보기엔 일반적인 회복포션과 달라 보이는 게 없었고, 연금술사는 물약에 대한 대가도 받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오게 됐어요.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라는 건 쉽게 오지 않잖아요. 정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모험가도, 모험가의 동료들도 전부 죽어버릴 그런 상황에서, 모험가는 처음 봤던 연금술사가 준 물약이 생각났어요.
 "목숨이 위험해지면, 꼭 이 물약을 마시세요." 모험가는 주저 없이 한참 동안 잊고 있던, 그 수상한 물약을 들이켰어요.
 …아까 연금술사가 자신이 원하는 걸 만들었을까 물었죠. 강한 염원은 때로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곤 하잖아요. 연금술사가 바란 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거였어요. 그리고 정말 그럴 수 있는 약을 만들어냈죠.
 약을 마신 모험가는 순식간에 멀쩡해졌어요. 모든 상처도, 피로도, 전부 사라졌죠. 그런 멀쩡해진 몸으로 모험가는 동료들을 구해냈다고 해요. 물론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멀쩡한 모습으로 구해낼 수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동료 말고 자기 자신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그 말 그대로예요. 동료를 전부 구해낼 때까지, 그 모험가는 몇 번이고 전신이 너덜너덜해졌어요. 사지가 날아가고, 뭉개지고 심지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금세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해요. 뭐, 과정이 어떻든 간에 그 모험가는 자신의 동료들을 구해낸 거죠.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동료들을 구해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조금 눈에 선하지 않나요? 솔직히 말해서, 괴물보다 더 괴물 같다고요.

 훗날, 그 모험가는 이상한 물약을 건네줬던 연금술사에게 화를 내며 따지고 있었다고 해요. "대체 나를 어떻게 만든 거냐?" 라고 하면서요. 그 사람이 만든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 사람은 대체, 무엇이 되어버린 걸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촛불을 불어 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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