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자각몽을 안꾸므로 음슴체
나는 코가 삐둘게 났음 그냥 보면 모르는 데 엑스레이 찍어보면 뼈가 콧구멍 자리를 침범해 있는 정도
어릴 때는 안 꺾여 있었는 데 고등학생 때 책상에 코박고 자다가 휜 걸로 추정함
이게 정말 개같은 게 사람 코가 잘 때쯤 되면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막히는 데 난 코뼈가 왼쪽을 침범해 있어서 코가 오른쪽으로 막힐 때면 숨이 조금 막힘
잠 자고 있을 때 오른쪽이 막히기만 하면 그대로 가위 직빵임
사람 몸이 자고 있는 중에 숨이 막히게 되면 일어나서 자세 교정하고 자라고 가위를 먹이는 데 나는 주기적으로 막히니까 ㅂㄷㅂㄷ
하여튼 처음 가위눌리기 시작한게 고등학교 2학년 때쯤임
보통 3일에 한 번 정도 눌리는 데 어떤 때는 일주일 연속으로도 눌림
처음에는 나도 평범하게 귀신들을 봄
보통 입찣어진 여자나 곰같은 거가 나와서 나를 먹을려던 게 기억남
손끝 발끝 혀끝 같은 곳에 힘을 빡 줘서 가위에서 깨는 게 정석이고 나도 그렇게 함
근데 사람이 신기한게 어느 상황에서도 적응한다는 말이 딱 나한테도 맞았음
맨날보니까 이 귀신들한테 적응해서 그냥 귀신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버린 것임
보통 가위눌리면 귀신이 나오더라도 직접 나를 때리거나 먹지는 않음 그러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이 때쯤의 나는 가위에 눌리면 '에베베 먹고 싶냐? 먹어봐 먹어봐 못 먹지 ㅋㅋㅋㅋㅋ 이거 방탄이불이야 새끼들아 ㅋㅋㅋㅋ" 이러고 놀았음
2학년 6평 칠 때 쯤에는 귀신들이 부들거리다가 돌아가더니 아예 점점 가위에 눌려도 귀신들이 안나오기 시작함
가위눌린 상태가 되면 시야가 지직거리는 브라운관 tv처럼 바뀌고 진공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나지만 뭐가 나오진 않음
귀신이 가버리거나 아예 안나오는 가위에서도 왠지 모르게 무섭고 짜증난다는 느낌은 있어서 보통은 신체 말단에 힘을 빡 줘서 깨는 데 이 날은 달랐음
고등학교 2학년 8월 16일임 나한테도 혁명적이었던 날이라 날짜를 기억함
자기 전에는 여느날과 다를게 없는 평범한 날이었음
그 날도 어김없이 가위에 눌리고 지직거리는 브라운관 티비를 보며 아 씨 깨야겠다고 생각했었음
그런데 그날은 진짜 모든게 너무 귀찮았음
'그냥 좀 참고 계속 이대로 있으면 잠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걸로 기억함
진짜 게으르니즘과 나태니즘의 극치를 달리던 나는 드디어 가위 마저도 귀찮음의 영역으로 넘겨버린 것임
그리고 난 장막을 들추고 가위의 너머에 있는 것을 봐버림 그곳에 있었던 것이 자각몽임
첫 번째 자각몽에서는 그냥 벽돌쌓기나 했었지만 내 의지로 자각몽을 꿀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었음
그 다음날부터 가위와 자각몽의 연관성이나, 꿈의 단계, 단계별 뇌파의 차이 등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나 나름대로의 연구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