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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1. <샐리의 법칙>은 2016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대상임.
2. <샐리의 법칙>은 스토리만 보는 게임이 아님.
3. 단돈 천원.
<샐리의 법칙> 비평
-스토리와 인터랙션의 감동적인 결부
0. 개요
<샐리의 법칙>은 2016년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게임을 하게 되었다. 본 게임은 쓰러진 아빠를 찾아 도시에서 고향까지 움직이는 샐리와 그런 샐리를 도와주는 아빠의 스토리가 중심인 어드벤처 게임이다. 스토리와 단단하게 결부된 인터랙션이 돋보인다.
1. 스토리
게임은 도시에서 샐리의 고향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은 다시6개로 나뉜다. 샐리는 도시의 직장인으로 보인다. 1장이 시작되면 샐리는 아빠가 쓰러지셨다고 전하는 삼촌의 연락을 받는다. 이에 공중전화 부스에서 급하게 출발한다.
샐리는 도시에서 고향으로 가는 도중에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샐리는 3살 때 엄마를 잃고 아빠와만 지냈다. 어린 시절에 아빠는 샐리와 잘 놀아주었다. 하지만 샐리가 커갈수록 아빠는 바빠져서 잘 놀아주지 못했다. 점점 둘의 사이는 멀어지다가 샐리가 고등학생 즈음 되었을 때 그 격차는 커켰다. 샐리는 작가가 되겠다고 몰래 집을 나섰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제1장에서 샐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운조차 따라주지 않았다면 난 벌써 주저앉았을지 몰라.” 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아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5장에서는 “생각해보면 나는 신기할 정도로 운이 좋았던 아이였던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 샐리의 운이 아빠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한 단계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제4장에서 아빠는 “샐리가 이 지루한 마을을 떠나려 했던 것은 당연할 지도 몰라.”, “내가 아이를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단 걸 샐리도 이해해주길 바랐었다.”와 같이 이전의 했던 생각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2. 인터랙션
2.1 목적의 차이
샐리는 아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를 만나러 간다. 즉 샐리는 아빠를 만나러 간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에도 여러 번 나오지만, 아빠는 샐리를 키우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또한 본 게임의 메인 인터랙션은 아빠가 죽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아빠는 살았으나, 죽었으나 딸을 위해 움직인다. 이러한 목적의 차이는 본 게임 전체의 인터랙션에 영향을 미친다.
2.2 턴의 교체
플레이어는 샐리와 아빠를 번갈아 가며 플레이한다. 샐리의 턴에서는 장애물을 넘는다. 아빠의 턴에서는 샐리를 플레이 했을 때와 같은 맵에서 다른 장애물을 극복한다. 이것이 끝나면 다시 샐리의 턴에서 다른 맵을 플레이한다.
즉 PC(Playing Character)는 2개다. 본 게임의 스토리는 샐리와 아빠가 멀어졌다가 다시 화해하는 것이다. 즉 턴의 교체로 인해 두 PC의 마음을 번갈아 가며 알게 된다. 그것은 사이가 멀어진 두 부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스토리에 적합한 방식이다.
2.3 이동 속도 차이
샐리의 턴에서, 샐리는 온전한 속도로 이동한다. 하지만 아빠의 턴에서, 아빠는 온전한 속도지만 샐리는 느리게 이동한다. 이는 크게 3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 딸은 항상 ‘자신의 속도’를 살아간다. ‘자신의 속도’라 함은 자기 스스로 부족함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행동에 뭐가 부족한지 알기란 어렵다. 비단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반면, 아빠의 턴에서 샐리는 느리게 이동한다. 아빠의 눈에는 샐리는 ‘느리다.’ 즉 부족한 점이 보인다. 둘, 아빠는 딸보다 항상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딸을 보살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2.4 시야의 차이
본 게임은 시야의 차이로 UX를 디자인했다. 샐리의 턴에서는 샐리의 움직임밖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의 최소 사양은 눈 앞의 장애물만 극복하는 것이다. 반면 아빠의 턴에서는 아빠와 샐리의 시야가 모두 보인다. 따라서 플레이의 최소 사양은 샐리의 움직임을 고려하며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딸과 아빠의 역할이 명확해진다. 딸은 자신의 길만 생각하며 나아가면 되지만, 아빠는 딸이 더 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만 하며 동시에 자신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PC 간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2.5 플레이의 ‘성숙해감’
게임을 플레이 할수록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숙련되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본 게임에서 ‘성숙해감’은 주로 예측에 있다. 이 예측은 샐리를 플레이함에 있어서의 성숙해감과 아빠를 플레이함에 있어서의 성숙해감이라는 2가지 층위가 있다.
플레이어는 샐리의 턴을 먼저 진행하므로 어떻게 행동해야 아빠의 턴에서 편해질지를 고려하게 된다. 즉 샐리의 턴에서 아빠의 턴을 고려한다. 이는 딸이 아빠의 입장을 배려하게 됨을 의미한다. 딸은 아빠의 움직임이 더 편해지도록 고려하는 것이다. 딸은 어떻게 해야 아빠가 더 고생을 하지 않을 지를 배려하게 된다. 따라서 플레이가 성숙해감은 딸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게 된다는, ‘철이 들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아빠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샐리의 움직임을 ‘잘’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고려는 플레이의 최소 사양이다. 하지만 플레이가 성숙해지면 이 고려를 ‘잘하게’ 된다. 따라서 아빠라는 입장은 딸의 입장을 잘 알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숙달된 아빠는 딸을 잘 아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낳게 한 것은 플레이가 아빠의 턴을 플레이하게 된다는, ‘2.2 턴의 교체’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턴의 교체’라는 플레이 방식은 역지사지라는 스토리의 주제를 깨닫게 한다.
2.6 이동 방식의 차이
샐리와 아빠의 인터랙션은 차이가 있다. 샐리는 전진이 패시브이며, 점프만이 액티브이다. 아빠는 전진과 후진이 액티브이다. 때문에 딸은 통통 뛰어다니는 혈기를 보여주며, 아빠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이다.
한창 젊은 시절에는 무엇이든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뛰어다닌다. 하지만 아빠는 그렇지 않다. 아빠는 자신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보다는 딸의 ‘뒤를 봐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뒤로 움직이는 인터랙션이 있다.
극적인 순간에는 아빠도 뛰어다닐 필요가 생긴다. 본 게임에서는 아빠가 샐리와 맞닿게 되는 순간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즉 ‘아빠는 딸과 함께하는 순간 슈퍼맨처럼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너지는 샐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빠의 점프가 샐리에게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따라서 ‘아빠의 배려를 딸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는 제3장부터 등장하는 ‘점프기계’를 보면 확연해진다. 샐리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도구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아빠는 ‘샐리를 빌린다.’ 딸은 아빠 삶의 수단이자 목적인 셈이다. 즉 ‘삶의 전부’이다.
2.7 은근히 있는 난이도
맨 처음 본 게임을 플레이하면 지루한 게임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든다. 인터랙션이라고는 터치를 할 때, 샐리는 점프하는 것뿐이고 아빠는 좌우로 전진, 후진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본 게임은 레벨 디자인이 잘 되어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장애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 아빠 노릇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은근히 어렵다. 아이 키우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아직 애가 없는 대학생은 추측해본다. 부모님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식이 아플 때 제때에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응급실에 괜히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생기는 것일 것이다. 불안하니까. 그 응급실을 찾아간 부모도, 그 부모의 자식도, 그 자식을 진찰하는 의료진도 다 누군가의 자식이다. 이 세상에는 부모는 널렸다. 그렇게 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육아일 것이다.
또한 샐리의 느린 이동 속도 때문에 방심하기도 한다. 아빠의 턴에서는 샐리의 이동 속도에 맞춰야 한다. 아동학, 발달심리학과 같은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이 말하는 바가 있다. 아이는 악하거나, 멍청한 것이 아니다. 그저 20살을 넘긴 사람들이 만들어낸 질서에 덜 적응했을 따름이다.
또한 아동은 아동 나름대로의 인지 체계가 있다. 아빠가 샐리의 이동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사실은, 아빠는 딸의 인지 체계에 맞춰줄 필요가 있음을 상징한다. 이것을 맞추지 않을 때, 그러니까 아빠의 플레이 함에 있어 게임의 진도를 너무 빠르게 빼면, 샐리가 아빠의 시야에 보이지 않게 된다. 마치 샐리가 미아가 된 것 같다. 난이도가 증가하여 아빠의 턴에서 샐리를 신경쓰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샐리를 신경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아빠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둘, 자식이 클수록 부모 노릇 하기가 어렵다. 똑같은 고향의 회상신이라 하더라도, 샐리가 커감에 따라 장애물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이와 함께 샐리와 아빠의 갈등도 커진다. 제2장에서 샐리가 아동일 때의 회상은 샐리의 고향이다. 이때의 난이도는 정말 낮다. 반면 제5장에서 샐리가 직장인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난이도가 높아져 있다. 아빠는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소간 불편해지는 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모든 게임에는 레벨 디자인이 되어 있으므로, 게임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두고 ‘둘’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 레벨 디자인 자체를 게임의 스토리와 결부시키려는 기획 의도를 누군가 내게 제안했다면, 나는 그것을 참신한 기획 의도라 평가했을 것이다.
2.8 시너지의 반작용
본 게임의 마지막에서, 샐리와 아빠는 나란히 굴러간다. 이전까지는 샐리는 샐리의 입장에서 자신의 길을, 아빠는 아빠의 입장에서 자신의 길을 갔다. 따라서 둘이 한 길 위에서 같이 굴러감(자꾸 굴러간다니까 웃음이 나온다)은 둘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졌음을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샐리와 접촉했을 때 높은 점프를 하는 인터랙션도 다른 관점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아빠는 딸과 접촉했을 때 놀라운 힘을 낸다. 하지만 그만큼 거리는 멀어진다. 아빠는 딸을 위해, 딸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딸은 그만큼 아빠를 밀어내는 것이다.
스토리 상으로도 샐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고자 했다. 하지만 아빠는 샐리가 연약한 아이이고 도시는 위험하므로 반대했다. 아빠는 샐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샐리에게 반작용을 일으켰다. 샐리는 아빠 몰래 고향을, 아빠를 떠났다. 때문에 제1장에서 샐리는 삼촌의 연락을 받고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 짜증이다. ‘왜 하필 이럴 때 아빠가 쓰러지셨지.’ 아빠가 노력한 만큼 샐리는 멀어진 것이다.
2.9 공간에 따른 난이도
앞서 샐리가 점프가 가능하다는 점은 샐리의 혈기라고 했다. 제4장 작은 마을에 오면 샐리는 오브젝트를 통해 엄청나게 높은 점프가 가능하다. 아빠보다도 더 높게 뛴다. 그렇다면 고향에 가까울수록 샐리는 더 생기 넘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난이도는 상승했다. 즉 도시에서 벗어날수록 물리적으로는 불편한 점이 있을지언정 샐리에게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공간이다.
한편 제5장 고향에서는 이전까지 회상신에 있었던 맵들이 등장한다. 제4장까지에 비하면 난이도가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맵들은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난이도가 더 높아진 상태이다. 고향은 도시에 비해 마음 편하지만, 예전만큼 편안하지는 않다. 이는 샐리와 아빠 모두에게 동일하다.
샐리에게 고향으로 돌아왔음은 익숙하면서 낯선 공간과의 재회다.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한동안 보지 못했고, 지금은 아빠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왔다. 스토리 상으로 샐리는 아빠의 입장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3. 마치며
<샐리의 법칙>은 간단한 스토리, 간단한 인터랙션으로도 깊이 있는 게임성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인디게임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점에서 <샐리의 법칙>은 놀라운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