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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붉은악마'여야만 하는가?
게시물ID : sports_1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畵龍點睛
추천 : 15
조회수 : 102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6/02/24 23:05:46
기억하자 붉은악마야. 너희는 대한민국 국민의 상징이었다.

오는 3월 1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릴 앙골라 친선경기 표를 구하기 위해 오늘 하나은행을 찾아갔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응원석이 매진이 된 상태라 좀 귀찮더라도 하나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 문화응원단 ‘붉은닭’의 처녀응원전이기도 한 앙골라전에 우리도 응원석에 앉아서 신나게 응원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기쁨에 찬 상상은 꿈에 지나지 않았다. 은행직원에 따르면 응원석 티켓은 전 좌석이 첫날 다 매진되었다는거다. 

2,000석이 첫날 모두 매진. 물론 그럴 수 있겠다. 한국에서 열리는 마지막 친선경기라니깐.. 또, 현재 응원석으로 잡힌 자리는 2만원인데, 다른 방향의 동일한 좌석 경우에는 5만원짜리 1등석 위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응원석 뒷쪽의 3등급 좌석을 마련해서 가까스로 20명의 붙은좌석을 마련할수 있었지만, 아쉬움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다소 뒷북이나마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첫날 매진되었다는 2000여개의 응원석을 ‘붉은악마’라는 ‘단체’에서 전체 구매하여 내부적으로 붉은악마 회원들에게 배포하였다는것이다. 참으로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것이다. 

붉은악마가 무엇인가?

붉은악마는 원래 소외되었던 프로축구를 묵묵히 응원하던 단체였다.
하지만 한일공동개최 2002월드컵에서 응원문화에 생소한 국민들에게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선보여준 문화전도사들이다. 그들은 Be the Reds 라는 구호로 모두가 붉은악마가 되길 주창했고 국민들은 ‘호의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준것이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것없이 ‘Be the Reds'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사상초유의 붉은군중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2002년 그 붉은물결을 만든것은 ’붉은악마‘의 능력이었다 한다면 나는 절대 동의 할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선수들을 위해 붉은 물결이 되길 자처한것이지, 붉은악마가 ‘이렇게 해야만 응원을 할수 있다’라고 설득을 해서 그렇게 한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붉은악마는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
‘붉은악마’는 이런것이다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상품화 시켜 영리를 추구하기까지 하고 있다. 
나는 어제 모 공연기획사와 만난자리에서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붉은악마’라는 이름을 쓰거나, 그들과 공동으로 무슨 행사를 하거나 어쨌든 ‘붉은악마’와 관련된 무엇이든 할수 있는것은 오로지 ‘공식스폰서’ 만이 가능하다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윤도현의 ‘애국가CF’논란이다. 붉은악마는 지난 2002년 그들의 공식후원사였던 SK를 ‘축구발전에 신경써주지 않았다’ 라는 이유로 KTF와 공식 후원 계약을 하게 된다. 
2002년 월드컵 공식후원사였던 KTF는 바보같이 SK의 마케팅에 뒷통수 맞으며 쓴맛을 봐야 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아마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붉은악마’를 잡으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월드컵 공식후원사였던 KTF는 이번에는 ‘붉은악마’ 공식스폰서가 되어 ‘붉은악마’를 이용할수 있게 되었지만, 이번에도 ‘바보’같이 SK에게 당하고 만다. KTF CF보다 SKT CF가 더 붉은악마의 늬앙스를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때문인가? SKT가 머리를 잘써서 그런것이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붉은악마’는 ‘붉은악마’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붉은악마’는 사실 월드컵 당시 별볼일 없었던 서포터즈 그룹이었다. 왜냐면 축구자체가 소외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지속적으로 축구를 사랑해온 그들의 열정과 의지는 칭찬받을만한 일이나, 그들을 국민적 서포터즈로 키워준것은 국민들의 조건없는 이해와 포용 내지 사랑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국민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것이다.

왜 그들을 ‘브랜드’라고 표현하는가.
이들은 이미 ‘붉은악마’라는 타이틀로 장사를 하고 있기때문이다. 
국민들이 만들어준 ‘유명브랜드’를 겨우 운영조직에서 권리를 독점하고 도를 넘어선 권리를 행사하고 특권을 누리려고하고 있다.

가령 축구경기에서 가장 좋은 좌석에서 응원하고픈 욕구같은거는 국민누구에게나 있을것이다. 그것도 싼가격에 말이다. 붉은악마는 이번 3월 1일 경기에서 로얄석에 해당하는 구간 2000여석을 독점으로 구매해서 내부적으로 나눈것이다. 이것은 정말 비판받아 마땅한일이다. 그들은 이미 목과 어깨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 있다. 

특히나 자신들이 ‘월드컵의 주인공’이나 된 냥 국민응원가에 저작권 운운하고 ‘SK부천이전’사건에 대한 반항의 의사표시를 위해 로얄석을 독점하는등의 자세는 이미 그들은 국민서포터즈로서의 명분을 스스로 저 버린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이름을 붙일때는 결코 ‘특권’이란것이 없어야 한다.
2002년 붉은물결은 모두가 하나되길 원했었기에 가능한것이었지, 붉은악마 타이틀을 달면 뭔가 ‘축구경기’에서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별다른 대안 없이 그들을 지켜 봐주고 있다.
그것은 ‘국민이 만든 붉은악마’에 대해 믿음이 무너진 후의 공허함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붉은악마여야 하는가?

사실 ‘붉은’ ‘악마’라는 타이틀을 달때에도 하필이면 ‘악마’냐 라는 논란가운데서도 우리는 ‘하나’라는 명분앞에 입을 다물어 줬었다.
월드컵 공식 티셔츠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3000원짜리 ‘BetheReds’ 티셔츠를 입은 이유는 국민 모두가 쉽게 사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대.한.민.국.짝짝짝짝짝’을 외쳤던 이유는 3살먹은 애기도 70살 되신 노인도 할수 있는 박자였기 때문이다.

응원은 그렇게 모든 국민들에게 쉽게 이해 될 때에 하나로 모을 수 있는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붉은악마에서 ‘베이직하우스’라는 업체를 선정해 공식 티셔츠를 만들고 2만원이란 가격을 받으면서 ‘축구발전기금’이라는 명분으로 마치 ‘착한척’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2만원에 판매되는 티셔츠를 누가 입겠는가? 물론 사입는 사람있겠지, 지난번처럼 아줌마 아저씨들 애기들도 누구나 똑같이 사입겠는가 말이다.

그야말로 그들은 ‘GO Together'를 외치면서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셈이다.
내가 장담컨데 이번 월드컵 경기때 ‘Be the Reds' 그대로 입고 나오는 사람이 태반일게다. 혹은 공식 응원복보다 더 심플하고 소화하기 쉽고 싼 티셔츠가 더욱 많이 팔릴것이다.

요즘 붉은악마에 실망해서 붉은악마에서 탈퇴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붉은악마가 ‘한구축구’만을 위해 정말 ‘잘해주길 바랬던 동지’였을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힘’이 들어가고 ‘돈’이 생기고 ‘사업성’이 생겼기에 더이상 국민서포터즈로서의 의미는 사라졌다.

두고보자. 아마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것이다. 혹은 우리 ‘붉은닭’과 같이 순수하게 월드컵 축제 그대로를 즐기기 위한 응원 개인들이 생겨날것이다. ‘기업’의 상술에 기업과 제휴해 이익을 남기려는 ‘붉은악마’의 상술에 국민들이 암묵하고 있지만은 않을것이다.

기억하자 붉은악마야
2002년 당시 거리의 붉은악마는 너희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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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보기 : http://blog.daum.net/dooholee/7103954 
우리나라 요즘 왜이러는지 ㅜㅜ  축구응원에도 양극화가 생기려 하다니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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