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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게시물ID : gomin_13719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Ztc
추천 : 11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3/03 00:49:10
​나는 왜 작고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ㅡ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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