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데 끌려 나갈때는 경험 많은 SCV들은 미리 암시장에서 구한 스팀팩을 맞고 나간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말...뽕이라도 맞지 않으면 못할 짓이다.
또 좁은 입구에서 신장 3미터에 양손에 이따시만한 식칼을 든 질럿들이 1열 종대로 길을 딱 막 고 있는데 가서 틈새를 뜷으란 명령도 받는다.
솔직한 얘기로 '앞에 나가서 너거가 터질 동안 우리가 뒤에서 점마들 조져줄게. 쪼매만 참아라'이렇게 얘기하기 미안하니까 그딴식으로 명령 내리는거 다안다.
우리가 바 보인 줄 아는가?
상식적으로 저 덩치들 사이를 무슨 수로 뜷고 나가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우수한 유닛,어째어째 바보 질럿들이 헤메는 사이에 뜷고 나가는 용감한 전우들도 있다.
근데 그래봐야 뭐하는가?
우리 뒤에서 졸래졸래 따라오던 마린 넘들은 옆에서 대기중인 매복 질럿조와 드라군 조에 습 당해 총 한번 못쏴보고 '간호장교!!간호장교!!!!' 만 불러제끼다 나자빠지고 있으니...
사지를 뜷은 우리는 뒤에서 백업해준다던 넘들 다 전멸하면 다음은 뻔한 거 아닌가?
차라리 우리를 백업시키고 마린들을 미끼로 써라.
우리는 벙커를 짓고 숨든 도망을 치든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우리가 피땀흘려 캔 미네랄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지 말란 말이다.
또 단지 발이 빠르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를 정찰병으로 쓰는 사령관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간혹 우리중에는 길치가 있어서,어디어디쯤 가봐라 명령 내리면 곧장 길 뜷린대로 무작정 가는 친구도 있다.
그러다 길 막히면 다리도 아프고 담배도 한 대 필겸해서 잠깐 구석에서 쉬곤 한다.
그러면 그것 좀 가만 내비두면 마우스에 금이 가나?
그런 친구들은 거의 예외없이 적의 병력이 사정없이 밀집된 예상 지역에 던져진다.
그리고 수백개의 발톱과 칼날,총알을 맞고 장렬히 전사한다.
너무 하지 않은가?
우리를 너무 '멀티-플레이어'적으로 부려먹는 거 같다.
이게 무슨 축구냐? 당신은 히딩크인가?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적의 동태와 지형 데이타를 6mm비디오 카메라로 찍어 사령부에 전송하는 임무를 결코 잊지 않는다.
왜냐? 우리는 명령에 충실한 군인이기 때문이다.
캬~감동적이지 않는가? 이 쯤에서 박수 세번 쳐주자.
딴 종족 일꾼들은 그래도 일하는 놈 불러다가 싸우라고 시키지는 않더라.
물론 우리의 작업장에 적이 들이 닥쳤을 때는 당연히 일손을 놓고 일터를 사수함이 당연하겠지만.
근데 그것도 기본적으로는 싸우는 게 주목적인 넘들이 해줘야지...
맨날 스팀팩 후유증 으로 막사에 누워 있고, 잘빠진 메딕 하나 꼬셔서 대낮 부터 벙커에 둘이 들어가 히히덕거리거나 저그족의 에그를 훔쳐다가 소주에 후라이 안주 해먹는 넘들 뿐이니 무신 경계가 되고 무신 방어가 되겠는가?
그나마 장교들은 좀 낫긴 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장교랑 같이 일하는 걸 더 좋아한다.
시즈 탱크나 레이스 같은 중갑기기들을 고치는 건 우리같은 하이 레벨의 기술자가 아니면 불가 능하기 때문에, 장교들도 우리들에게는 그래도 좋은 대우를 해 주는 편이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마린들이나 정신분열증같은 파이어뱃,공주병 환자인 메딕 과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보기 힘든 고스트 같은 인종들과는 정말이지 상종하기가 싫다. (그나마 메딕은 우리가 다치면 절라 짱나는 표정으로 주사라도 놔 준다.그래도 재수 없다.지들 이 절라 이쁜줄 안다) 공주 메딕이 보기 싫어서 우린 서로를 치료하기도 한다.
오늘도 밖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배치번호 16번을 달고 사령부에 파견되었다. 첫번째 할 일은 보급 창 설치. 테란 군 3만의 식량과 연료를 책임지는 일이다.
이러다가도 또 적들이 들이닥치면 용접기를 들고 싸우러 가야겠지...
우리는 죽어도 훈장은 고사하고 전사자 명부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군에 있어서 우리의 존재는 단순한 '소모품'이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아니면 누가 벙커를 지어 기지를 보호하고, 막사를 지어 보병들의 배치를 도우며, 파손된 건물을 수리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