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나고 있네 풀잎을 밟으시면, 풀잎 소리로 대 밭을 밟으시면, 댓잎 소리로... 저기 당신이 지나고 있네 그 언젠가 당신이 나를 지나가실 때 으스러지게 당신을 껴안았더니 너무나도 어지럽던 그 밤 끝내 긴 울음으로 당신을 배워 당신이, 내 여름을 지나가시면 까끌까끌한 볏잎 소리로 내 가을을 지나가시면 누런 벌판의 그 술렁거림으로 눈감고 가만히... 당신이 지나가시는 소리 오늘은 내 창을 흔들어 지나가시기 온 등(燈) 밝혀 가난한 밤을 맞으니 내 가슴, 당신 지나가는 소리 당신 가슴, 내 지나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