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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잠 못 드는 남편
게시물ID : humorbest_1373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밤하늘엔
추천 : 73
조회수 : 4855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1/26 19:45: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1/26 1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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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한 집사 때문에 우리집 고양이는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 중성화 수술을 미루게 되었다. 문제는 병이 나았다 싶으니 곧바로 발정증상이 온 것.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괴로움은 상상을 초월했고.. 첫날에 남편은 자질 못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은 다음 날에 자기가 거실에서 자며 꽁이를 보살펴주겠다고 나섰다. 출근하는 내가 잠을 설치면 안되겠다며. 그렇게 셋째날 새벽, 야옹거리는 소리에 깬 나는 거실에 가보니 이불을 돌돌 말고 잠든 남편이 보였다. 옆에 놓인 오뎅꼬치 장난감을 보니 남편이 더욱 안쓰러워져서 그 때부터 꽁이를 만져주면서 잠을 좀 잘 수 있길 바랬다.

남편은 요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터다. 기존에 몸담고 있던 분야에 비전이 없어, 서른셋이라는 늦은 나이에 기술을 배워서 새로운 직장을 잡으려 하는 중이다. 하지만 갑자기 줄어드는 소득이며 늦은 나이라는 장애물들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길. 맘이 편치 않을텐데도 "집에서 놀면 그러니까"라며 밥이며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 맘속이 절대 그렇지 않음은 분명하다..

언제부턴가 점점 세상은 살기 각박해지기만 하는 것 같다. 나는 다행히도 육아휴직 후 복직이 가능한 직장에 다니지만 이런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부부들이 많은 현실임을 안다. "그래도 우리 모두 힘내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진 세상... 그래도 열심히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다보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특히 자라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러기 위해서 늘 깨어있으려 노력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마저도 드는 새벽이다.

다들 행복해지면 좋겠다.
출처 아침에 일어나선 "그래두 나 덕분에 잠 안깨고 잘 잤지?"하며 뿌듯해하는 남편을 보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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