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마지막날 4개 협상 모두 취소
전날 '건강보험 약가' 갈등의 연장선, 협상 난항 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마지막날인 14일 무역구제, 서비스, 상품무역, 환경 등 4개 분과 협상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국측이 무역구제, 서비스 부문 협상에 일방적으로 불참하자 우리측이 이에 맞서 상품무역, 환경 부문 현상에 불참하기로 하는 등 2차 협상이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건강보험 약가 파문의 여파로 마지막날 협상 결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14일 "이날 오전 중 예정된 무역구제 및 서비스 분과 협상에 미국측이 참가하지 않아 이들 분과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측도 상품무역 및 환경 분과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마지막날 협상 일정을 모두 취소한 이유는 우리측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양측간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에서 한국의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바 있다.
지난 10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한미 FTA 협상은 상품 개방단계, 금융감독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한 신금융서비스 진출, 서비스 개방유보안 교환 등에는 합의했으나 쌀 등 농산물, 섬유, 의약품, 자동차,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등 핵심쟁점에 대해선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마지막 날 협상은 아예 개최조차 하지 못함으로써 양국간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일단 13일까지 열린 2차 본협상에서 양국은 이번 2차 협상에서 상품 개방 단계를 '즉시-3년내-5년내-10년내-기타(관세철폐 유예.장기화)' 등 5단계로 나누기로 하고, 양국은 내달초께 상품 개방안과 농산물.섬유 개방단계안을 일괄 교환한 뒤 이를 토대로 3차 본협상때부터는 품목별 개방단계를 정할 예정이었으나, 14일 협상 결렬로 양국간 협의 여부에 따라 일부 내용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을 둘러싼 양측간 갈등 원인인 듯
13일까지 협상 결과 양국은 또 신금융서비스의 범위를 자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 한정하며 국경간 거래에서 소매금융은 제외하되 신금융서비스의 상대국 진출시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우리측은 한-싱가포르 FTA 당시 80개로 한정됐던 개방유보대상을 늘려 미국과의 FTA에서는 1백개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다.
그러나 쌀을 개방대상에서 제외하되 나머지 농산물은 상품처럼 '5단계 개방'을 원칙으로 최장 16년까지 관세 감축을 유예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미국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도 상품처럼 개방 이행기간을 최소화해 최장 10년까지 5단계로 개방하자고 맞서 절충에 실패했다.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되는 등 2차 본협상 막판 결렬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에서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섬유 분야에서 우리측은 개방 이행기간을 짧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은 이행기간 장기화 및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반드시 도입하자고 맞서 합의에 실패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미국이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국내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가격.연비 중심으로 세제를 바꾸자'고 주장했으나 우리측은 "관련 법규를 제.개정할 때 규제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자동차세제는 지방정부의 세원과 직결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 우체국 금융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 ▲ 미국 수학능력시험(SAT) 시장접근 확대 등을 요구한 반면 우리측은 ▲ 외국인 지분이 49%까지 보장된 통신시장의 추가 개방 반대 ▲ 미국 예금보험공사에 한국은행의 회원 가입 ▲ 미국은행 이사 선임시 국적.거주지 제한 철폐 등을 요청했다.
/ 김홍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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