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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0년 전이다. 갓 내전 난지 얼마 안되어서 편의점에서 핫바먹던 시절이다.
맞은 편 길가에 앉아서 구걸하는 노인이 있었다.
측은한 마음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핫바를 건내 주었다.
노인은 핫가 너무 싸다고 불평을 하였고 나는 그 핫바가 1500원이나 하는 것이라 하엿다.
'핫바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줄거면 2500원짜리 치즈핫바나 주시오' ,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알았으니 일단 준거나 먹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먹었다.처음에는 빨리 혓바닥으로 돌려 먹던 것 같더니,날이 저무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씹어먹질 않는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먹고 다시 사준것을 먹으라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먹으라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노인의 느린 혀질에 갑갑하고 지루하고 이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먹지 아니해도 좋으니그만 버려라'고 했더니 ,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생쌀이 채족한다고 밥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줄 사람이 다시 사준다는데 무얼 더 먹는단 말이요,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이러다 시간 늦겠다니까"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데 가 사우, 난 이거나 빨고 있겠소'하고 내 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시간은 이미 늦었기에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빨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핫바란 제대로 빨아야지 마구 씹어먹으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이번에는 빨던 것을 쇠 그릇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종이에 대마를 말아 피우고 있지 않는가,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빨기 시작한다.
저라다가는 핫바가 다 녺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핫바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먹기는 아까부터 다 먹어져 있던 핫바였다.
다음 편의점에 다시와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구걸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달라고만 한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굽히고 태양을 향해 기도 하고 있었다.
그때,그 뒷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와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노인이 준 핫바를 내려놨더니 친구가 이쁘게 잘 빨려져 있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전우의 설명을 들어 보면 핫바의 끝 부분이 너무 부르면 멋이 없고,
같은 무게라도 먹을때 힘이 들며, 너무빨리 먹으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서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오늘 편의점에 나왔더니 손님이 핫바를 들고 씹어먹고 있다.
핫바를 들고 신나게 빨아대던 생각이 난다. 핫바 먹은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핫바 빨아대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그 옛날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전 핫바를 빨아대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루리웹 베스트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망이 깍던 노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