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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아이스 라떼
게시물ID : cook_2096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카고댁
추천 : 12
조회수 : 116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8/23 10:01:55
재택근무하는 남편이 2층에서 텔레그램으로 주문한 아이스 라떼. 
(우리는 집에서도 메신저로 대화하는 사이... ㅠㅠ) 
주문을 받아 만든 아이스 커피는 저도 계단 올라가기 귀찮으므로 계단 앞에서 drive thru처럼 남편이 내려와 픽업을 해가는 우리집 나름의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이스 라떼>
 1. 우유 조금에 올개닉 아가베 시럽을 아빠 스푼으로 두 숟갈 타서 잘 섞이도록 젓는다. 
2. 얼음을 1/3컵 정도 넣는다. 
3. 우유를 2/3컵까지 채운다. 
4. 에스프레소 투샷을 위에 부으면 그라데이션이 이쁘게 된다. 
5. 잘 섞으면 다방 커피에 얼음 띄운 것 같이 보이므로 절대 섞지 말고 조심스럽게 빨대를 꽂아 서빙한다.

모유 수유하는 맘 까페에서 말이 많은 주제가 올라왔습니다. 
담배를 피는 엄마의 모유가 분유보다 낫다는 것. 
양쪽은 격렬하게 학자와 전문가들의 근거를 갖다 붙이며 논쟁했고, 
결국 댓글이 너무 많아 그 글은 댓글 금지글로 봉인되었습니다.  

저도 첫째를 낳았을 땐 맞벌이를 하느라 유축을 해서 아이를 먹였어요. 자다 일어나 새벽에도 유축하고 
직장에서도 회의실에 숨어 유축하는 다른 친구와 번갈아 망을 봐 주며 유축을 하며 완모를 하려고 애를 썼지요.  

퇴근하고 오면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와 주신 엄마가 밥상을 따끈하게 차려 놓으시곤 했습니다. 
엄마 마음으론 국이 식기 전에 딸이 수저를 들길 바라셨지만, 
저는 늘 배고플 아이를 위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곤 했습니다. 
그런 딸이 딱해보였는지 엄마는 
"간나이야! 내 딸 그만 빨아!"라며 
손녀에게 구박아닌 구박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남편이 애를 보며 유축해 둔 모유를 주다가 
남으면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애써 유축한 모유를 
아이가 남겼다고 하수구에 버리는 게 아까웠겠지요. 
한편 남편 입장에서는 침이 섞여 분해되다가 상하기 쉽상인 모유를 
남겨뒀다가 애를 주면 배탈이라도 날까 걱정이 되었겠지요.

이 남은 모유 실랑이가 우리집 최초의 장사 갈등이었습니다.  
중간에 끼인 저는 두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갔습니다. 
제가 애써 유축한 피와 땀이 섞인(?) 모유가 
아기 입이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기엔 너무 아깝기도 하고, 
또 이 귀한 모유는 결국 아기를 키우고 살리기 위해 
짜서 냉동하고 데워서 주어지는 건데 
아밀라제가 들어가 맛도 변하고 상하기 시작하는 생단백질을 남겨뒀다 데워서 주다가 아기가 탈이 나기라도하면 
결국 이 모든 엄마의 고생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 

결국 닭이 중요하냐 달걀이 중요하냐 
(비유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의 문제라서, 
너도 맞고 나도 맞는 황희정승식 결론밖에 저는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담배를 피는 엄마의 모유 vs 분유도 
저는 과학자도 영양학자도 아니라 뭐라 결론을 못 내리겠습니다. 

다만 아이스 라떼에 들어간 새하얀 우유를 보니, 
인간에게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서 강제로 임신해서 출산한 후 
새끼를 빼앗기는 암소의 운명이 떠올라 같은 애미로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음에는 제 모유로 라떼를 만들어 줘 볼까요? ​ ㅎㅎ
출처 Http://foodiechicag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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