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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같은 아이' 글을 보고 쓰는 지하철 나비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6166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야스
추천 : 3
조회수 : 1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8/23 16: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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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베오베에서 '...시인 같은 아이' 라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쓰는 나비 이야기입니다.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인같은 아이' 링크는 여기로..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58441)


몇달 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집에 가던 길입니다.
양재역 근처에서 갑자기 지하철 내에 하얀 나비가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지상 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 내에 꽃밭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어디서 들어왔을까요?

객차 내부에 나비가 나풀 나풀 날아다니니 사람들이 다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나비가 다가오면 짧은 비명을 지르며 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나갈 곳을 찾는지 이리 저리 헤매는 모습이 안타깝더군요.
저러다가는 결국 지치거나 누군가의 손에 맞아 떨어져 밟힐 운명일 테니까요.

그러던 중 이녀석이 서 계시는 어느 여성분의 옷 위에 내려 앉습니다.
전 그 여성분이 깜짝 놀라는 순간 손으로 쳐 내는 상상을 하며 미리 명복을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놀라기는 했지만 가만히 보고만 계셨고 나비도 그곳에서 쉬며 한숨을 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저 나비를 살릴 희망이 보이더군요.
저는 지상역인 옥수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고 그때 저 녀석을 잡아가면 창 밖으로 놔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앞으로 몇 정거장만 나비와 그분이 버텨주기만 한다면요.

신기하게도 나비는 그분의 품에서 마치 기르던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그분도 아이를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나비를 보호하고 있었구요.

드디어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와 동호대교를 건너기 시작합니다.
그분께 가서 제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그분도 옥수역이 목적지는 아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더군요.
그래서 제가 맡기로 하고 손가락에 물기가 없도록 최대한 닦은 후 나비의 날개를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날아갈까 싶었는데 의외로 아주 얌전하게 잡히더군요.

그렇게 그분께 인사를 하고 지하철에서 나와 환승역인 중앙선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옥수역은 3호선도 지상역사라 놔주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쪽은 아파트 단지쪽이라 한강변에 맞닿은 중앙선쪽이 나비에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중앙선 플랫폼으로 가서 창문이 열린 곳을 찾아 이 사진 하나를 찍고 나비를 보냈습니다.
혹시나 날개에 상처가 나서 못 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힘차게 잘 날아가더군요.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녀석이 한강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 나비의 수명이 짧은 것을 알기에 말도 안되는 소리고....
그저 길지 않은 나비의 생에서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날며 살았기를 바래 봅니다.

그리고 그때 지하철에서 나비를 보호해주셨던 그 여성분께 한번 더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20170603_1745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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