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중고책방에서 있었던 일을 좀 써볼게요
한 빌딩 지하에 있는 곳이었는데
책이 많다보니 책방 밖에 층계에도 책들을 쌓아놓는 곳이었는데요
책이 좀 많이 쌓여있어서 그 뒤쪽에 있는 책들이 잘 안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책방 주인한테 뒤쪽에 있는 책들 표지만이라도 볼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좀 짜증을 내면서 그거 정리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딱 보기에도 한 서른권 정도만 옆으로 옮기면 보이는 위치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제가 하나하나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어요
한 열다섯권정도 옆으로 쌓고 있었는데
안쪽에서 주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거 다 무너지니까 손대지 말고 걍 냅두라고 뭐라뭐라 하는데
말투도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서 제가 잠시 화를 가라앉히려고 가만히 서있었어요
책에 손도 안대고 그냥 가만히 서서 화를 가라앉히는데
또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빨리 꺼지라고. 영업방해하지 말고 책 안판다고 빨랑 여기서 나가라고요
저도 뚜껑이 열려서 좀 뭐라 했거든요 가만히 서있는데 그게 왜 영업방해냐고
근데 뭐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였어요 반말로 그냥 내 집이니까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책방 문 밖이었고 그날 책방 문 안쪽으로는 발 한발짝도 안 들여놨음)
당신같은 손님 필요없으니까 뭐 어쩌고 저쩌고
저도 하도 화가 나서 욕을 좀 했더니 그 사람이 핸드폰을 꺼내 녹음을 하면서 저보고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계속 해봐' 이러더라고요
아무튼 할말 다 하고 났더니 잘했다면서 바로 112에 신고하더라고요 왠 깡패같은놈 하나가 영업방해하고 행패를 부린다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저도 좀 감정이 가라앉아서 그냥 가려고 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뛰어올라오더니 길을 막고 제 양팔을 꽉 붙잡으면서 어딜 도망치냐고
경찰 올때까지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 라고 그러는데
이 인간이 덩치도 좀 큰 편이고 힘도 세서 좀 위압감을 느꼈거든요
계속 제 길을 막고 실랑이를 하다가 한참 후에 경찰이 왔는데요
경찰이 볼 땐 그냥 서로 말로 풀고 해결할 문제라고 중재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처음부터 구경했던 한 단골손님이 증언을 했는데 책방 주인이 의도적으로 욕을 하게끔 유도를 한거라 주인이 먼저 잘못한거라고 했고, (그러자 주인이 그 손님한테도 뭐라뭐라 ㅈㄹ함.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잘알던 지인인 거 같았음)
경찰은 그냥 똥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라고 하고
어찌어찌 해서 그냥 전 집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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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그 날 있었던 일인데
다음날 너무 빡쳐서 집 근처 경찰서에 갔더니
이거는 고소해봤자 무죄 뜰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무고죄로 역고소 들어오면 저만 뭣 되는거라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책방주인이 몸으로 계속해서 가로막았던걸 동영상으로 찍어놓고 감금죄로 고소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도저히 이해 못하는 논리가 나왔는데요
나: 그 사람이 힘으로 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20분정도 감금해뒀는데 이게 아무런 죄가 성립하지 않느냐
경: 그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신은 일종의 현행범인 상태라서 경찰이 올 때까지 붙잡아둘 권리가 있다
나: 그런데 경찰이 왔는데도 나는 무죄로 결론이 났고 실제로 나는 처벌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째서 현행범 취급이냐
경: 그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전 이게 진짜 이해가 안가요
이 논리대로라면 아무나 감금해두고 싶으면 경찰에 일단 신고해서 엎는 죄를 뒤집어 씌운 뒤 붙잡아 두는게 가능하다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나중에 경찰이 와서 '무죄니까 그냥 가던길 가셈' 하면 '네' 하고 가야되는 건가요?
더 어이 없는 건 저보고 급한 일이 있었으면 때리고라도 가던길 갔으면 됐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먼저 저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했기 때문에 거기서는 뿌리치든 주먹으로 때리든 정당방위취급 되어서 그것 또한 무죄라고 하던데요
하.. 이거 정말 어처구니 없지 않나요?
제 머리로는 도저히 말이 안되는 거 같아요
안그래도 저보다 더 큰 덩치에 힘도 상당히 세서 때릴까말까 고민하다가 못 때렸는데
이거 조폭 출신이나 격투기 선수 출신이었으면 솔직히 못 건드리잖아요
심지어 계단 중간에서 몸싸움이 일어나서 잘못 싸우다간 크게 다칠 곳인데
때렸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경찰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급한 일이 있으면 제 자력으로 때려눕히고 탈출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동안 화병이 날 뻔 했네요
제 상식으로는 이런 법의 논리가 이해가 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