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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습니다.
게시물ID : love_34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르봉
추천 : 3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9 02:16:14
이틀 전 까지만해도 내가 버프라고 했던 그 사람은
오늘 헤어지자고 통보해 왔습니다.

요즘 일이 힘들어서, 피곤해서, 관심사가 안맞아서
라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그는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지?'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그 이별 통보를 받았던 카페에서 8개월 전 어떤 음료를 먹었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여전히 떠오르는데
이제는 이별담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결국 마음이 식은 것일 뿐 이유따위 늘어놓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했던 말들이 
다 기만이었고 거짓이었다는 생긱이 들면서 화가 나면서도
여전히 그의 흔적 가득한 내 휴대폰을 보면서 슬퍼집니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내게 좋은 연애는 아니었습니다.
많이 피곤해하는 그를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에
주말에 놀러가고 싶어도 놀러가자고 조르지 않았습니다.
연락을 딱히 조르지도 않았고
트레이너와 회원의 관계에서 시작했는데 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기꺼이 따라줬습니다. 
내 존재가 힘이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다소 마이페이스적인 성격이지만
그에게는 끌려다녔고
하지만 그 끌려다님 조차 새로운 경험이라 
그것이 사랑이라 착각했습니다.

벌써 만난지도 9개월이 됐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빨리 정리할 수 있을까요.

추울때 만나 추워질때 해어지네요.
마음이 너무 추워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데 
너무 늦어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아까 눈물을 삼키듯 참아서 그런지 이미 제 집인데도 눈물이 나오지 않아 답답합니다.

아 조금 억울하기도 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동네방네 다 알리며 연애할 것을. 
배려해준답시고 숨듯이 사귀어서
내 주변엔 이렇게 그의 흔적이 많은데
그 주변엔 내 흔적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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