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적인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서 대중교통에서는 책을 읽어요.
어느날 저녁,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콩나물까지는 아니여도 어느 정도는 사람이 찬 버스였어요.
조용히 등에 멘 가방을 밑으로 내리고, 선 채로 책을 읽었습니다.
제 뒷편에는 교통약자석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해맑게 재잘거렸구요.
몇 정거장 지나니 한 어르신이 버스에 타시더군요.
모두가 앉아있을 때 교통약자석에 앉은 한 초등학생이 해맑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어~ 그래. 안녕.'이라며 멋쩍게 인사를 받으셨어요.
그후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노약자 맞으시지요?"
"응. 맞아."
"그럼 여기 앉으세요! 제가 양보해드릴게요!"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아니야. 괜찮아. ㅎㅎ 너희도 여기 앉을 수 있단다. 그러니 앉으렴"
그래도 아이들은 '아니에요. 앉으셔도 되요. 저희 곧 내려요.' 하면서 자리를 일어나려 하시더군요.
그때 바로 뒤에 계신 한 아주머니께서 '여기 앉으세요.' 라고 하셨고,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 앉으셨어요.
뒷편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참.. 흐뭇하고 기분 좋아지더군요.
마음이 맑아지는 그날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