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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년만에 해동된 남자.
게시물ID : panic_951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할매검
추천 : 22
조회수 : 272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30 03: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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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처음 그가 의식을 찾았을 때를 이야기 하자면,  그 느낌은 마치 수면 마취를 한 느낌과 같았다.

갑자기 눈이 떠지고, 의식이 돌아왔지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상황이 한참동안 지속되는 그런 느낌.

모든 감각이 돌아온 것인가 싶었을 때는 되려 내가 보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살풍경한 주변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깨어난 곳이 침대라는 것만이 가장 먼저 떠오를 뿐, 앞에 바쁘게 돌아다니는 우주복 비슷한 것을 입은 사람들은 그가 생전 본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뭔가 아이패드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던 사람이 - 우주복인지 비슷한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는데 다가오자 그가 여자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물었다.

"K씨, 일어나셨군요."

영문을 모르겠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던 나였다. 

그런 나의 눈앞에 갑자기 모니터가 다가와 '우선 진정하십시오 K씨.'라는 글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과 영상, 마치 유투브 다큐멘터리를 보듯 내가 왜, 어떻게 깨어난건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20년전 육체의 기능을 잃었고, 당시에 있었던 최신 냉동 기술로 뇌를 보존, 지금 나의 유전자로 복원한 몸에 옮겨졌다는 것이다.

왜 ? 라고 묻고 싶었으나 입조차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마치 가위눌린 사람처럼 나는 끙끙댈뿐이었다.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냥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맥주 한잔 하는 것을 낙으로 살았으며 

그리고 이웃과도 그럭저럭 지내는- 그러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 - 현재의 의사라고 하였다. 그때 입었던 것은 무균실용 복장이었다고 .. 

그녀가 내게 말하길 자연스러운 해동 쇼크로 인한 부분 기억 상실이라고 하였다.

언젠가는 기억이 날거라며, 기억이 나면 주치의인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달이 지나도록 나는 기억을 찾지 못했다. 

"아직도 기억이 안나시나요."

주치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바람에 보답하고 싶지만, 마치 필름이 끊긴듯 단편의 기억들만이 틈틈히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치의는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최면사? 라는 직업이라고 한다.

최면이라는 것이 이렇게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존재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그것도 순간. 

그의 박수소리가 들릴 때야 비로소 내가 깨어났던 것이 기억날 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의사가 날 붙잡고 울며 흔들었던 것이 비몽사몽한 사이의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뿐이다.



다음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와서 나의 옷을 갈아입히고 뭔가 굳은 표정의 사내들이 나에게 와서 낚시줄 같은 끈으로 내 손을 묶는다.

단번에 나는 이것이 현재의 수갑이구나, 라는 생각과 

왜인지 낯설지 않다는 - 그러한 낯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 눈을 가리는 어떤 기구를 씌운 순간. 뭔가가 이상함을 알게되었다.









" 2037년 X월, X일. 사형을 실시한다."

"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중 자살한 KOO에게 잔여죄값을 치루도록 실시한다. 죄목은 살인, 형량은 사형이다."

" 사형의 방식은 피해자의 뜻에 따라 20년간에 걸친 의식유지 및 거동불능 상태를 유지 후 시행하도록 한다."














그녀가 처음 그를 본건 10살 무렵, 새벽 3시경이었을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었을 때 마스크조차 하지 않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이미 부모님은 더이상은 그녀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

CCTV와 여러 증거를 통해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훔친 돈은 다써버리고 번개탄으로 자살한 상태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장례식날, 그녀에게 어떤 정장입은 사람이 와서 물었다.

" 그에게 제대로 된 벌을 주고 싶니 ? "




그녀의 대답은 너무도 명확했다. 


아직까지도 어제처럼 선명한 20년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의사가운을 벗고 퇴근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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