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헤어졌습니다. 씁쓸하네요.(장문주의)
게시물ID : love_350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템=레이
추천 : 4
조회수 : 8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1 23:15:51
참으로 오랜만의 연애라 많이 설레고 좋았답니다. 어제 헤어졌는데, 계속 연락은 주고 받고 있고 회사에서도 계속 마주치게 되니 이게 참 실감이 나지 않기는 하네요.

헤어지게 된 책임의 대부분은 아무래도 제게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또 많이 하기도 했죠. 주말은 온전히 그녀와 보내긴 했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 잔소리가 좀 심하기도 했었죠.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이건 순전히 제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제게 유리한 정황과 생각만 담겨있을 가능성이 매우, 아니 100% 높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만, 1개월에 1~2회 정도로 제한을 뒀었고, 평일에는 절대 마시지 않는 생활을 줄곧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술을 매우 즐깁니다. 진정한 애주가죠. 절 만난 후로는 평일에는 마시지 않지만, 금~일 3일 내내 마시더군요. 게다가 낮술을 더 선호해요. 점심을 먹으러 가도 꼭 반주로 1~2병. 나와서 저녁겸 본격적으로 더 마시고,

그녀 동네에서 만날 때는 숙박업소에 들어가서 또 마시거나 제 동네에서 마실 때는 저희 집에서 또 마시죠. 처음엔 참 좋았습니다. 식성도, 취향도 굉장히 잘 맞았고 '애인이 생긴다면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 란 제 로망도 채워졌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활이 거의 1년 가까이 지속되다 보니 너무 힘들더군요. 저는 주량이 꽤 되는 편이고 주사도 전혀 없습니다만 숙취가 굉장히 심한 편이랍니다. 회복에 꼬박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소요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음주 횟수를 1개월에 1~2회로 조절했던 거랍니다.

이런 제가 매주 2~3회씩 술을 마시다 보니까 점점 몸이 축나더군요. 살도 쭉쭉 빠지고 업무 효율도 떨어지게 되고.

더 큰 문제는, 저희 둘 다 영화와 연극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관람은 자주 했지만, 이 외에의 여가 생활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단겁니다.

늘 술이예요. 1년을 조금 넘게 만나면서 어디 교외로 나가본 일이 없어요. 물론 전 집돌이 성향이 강하고 어딜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연인끼리 교외는 고사하고라도 서울 내의 명소라던가 데이트 코스 정도는 가는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늘 동네에서만 술을 마시고, 제 친구나 그녀의 친구들과 만나도 술을 마시고, 뭘 해도 술로 끝나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술을 마시는건 좋은데 주1회, 소주 각 2병씩으로 제한하자' 란 제안을 던지기에까지 이르렀죠. 이 제안은 처음엔 받아들여졌습니다만, 채 1개월을 못 넘기더군요.

맨날 오빠는 술로 잔소리 한다고..내가 어디 다른데 가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오빠랑만 붙어있고 오빠랑만 마시는건데 그것도 안되냐고 하길래, 듣고 보니 틀린 얘기도 아니고 해서 넘겼던게 실수였다면 실수겠죠.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제가 이별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약 1개월 전의 일이었어요.

막 장충기 관련 문자가 터지고, 증권가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저도 역시 아주 쌍욕이 나올만큼 바빴죠. 그래서 그녀와 약 3시간 가량을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고, 제가 바쁜 것을 충분히 알만할텐데..또 따로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제가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에 답장도 없다는 사실에 매우 화를 내며 클럽에 갔다더군요.

같이 간 사람들은 저와 매우 절친한 후배 한명과 선배 커플이었기 때문에 별 일도 없었고, 평소에 클럽 등에 다니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늘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 과시를 하는 것이 전 싫었습니다. 클럽에서 대시를 엄청 받았는데 오빠 선후배가 잘 막아줬다느니, 오빠 선배 여자친구에겐 아무런 대시도 없었는데 나한테만 오더라, 는 등.

비단 그 날 뿐만 아니라 그녀는 늘 자신이 예전에 얼마나 인기가 많았었는지 얘기를 하곤 했고, 지금도 뭐 어딜가도 계속 대시를 받았다고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예전에 어디 네이버 카페인가에서 모임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거기서 뭐 오빠나 동생들에게 그렇게 대시도 받고 쪽지도 많이 받았다, 라고 한다던가 말이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지?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니 슈발 그래서 어쩌란거야?' 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죠.

내가 워낙 바쁘고 신경을 못 써주니까 그 반작용으로 내 관심을 환기시키려고 일부러 자극을 주는건가? 란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상술했다시피 1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주말은 함께 보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삼촌 장례를 치렀음에도, 그 주말에도 역시 함께 있었죠.

뭐 한창 집회가 있을 때 매번  같이 데려갔던게 조금은 미안하긴 했지만 말이죠. 겉으로는 좋아했지만 매주 갔던게 좀 싫었기도 했겠다, 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이별을 결심했던 것은 지난주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작성했던 글을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양친은 제가  어린시절 모두 돌아가셨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미 작년 추석에 처음 만난 이후로 종종 보곤 했고, 그녀의 집안에서는 저희 두 사람이 결혼을 할 것이란 것을 기정사실로 정해 놓은 분위기더군요. 저도 좋았습니다. 양친이 없던 유년기를 보낸 까닭인지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게 제 꿈이었거든요.

각설하고, 지난주 일요일에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의 언니, 저, 그녀 이렇게 네명이 만나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분위기는 아주 좋았죠. 그러다가 어머니께서 최근에 삼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상심이 크냐.

그런데 자네 집안은 왜 이렇게 단명들을 하시는지..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자네도 조심하면 좋겠다, 란 말씀을 하셨답니다. 물론 나쁜 의도는 아니었고 장난이 섞인 말씀이었다지만

제 표정이 굳어버리는 것 까지는 숨길수 없더군요. 또 제 성격 자체가 좀 모난 성격이라 그런지

'삼촌 49제도 아직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인줄은 잘 알지만, 저희 가족들이 돌아가신 것을 주제로 쉽게 말씀 하시는건 제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라고 정중히 말씀 드렸고,

오히려 어머니께서 매우 미안해 하시며 연신 사과를 건네시더군요. 안심이 됐습니다. 경솔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염치와 양식은 있는 분이구나, 싶어서 말이죠.

오히려 그 자리가 파한 후 그녀가 더 길길이 날뛰더군요. 우리 엄마한테 뭐하는 짓이냐고.

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천천히 복기했지만 잘 모르겠더군요. 결국 좋지 않은 상태로 각자 귀가했고, 어색한 분위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모닝콜, 함께하는 점심식사와 커피 등은 변하지 않았죠.

원래 이번주 화요일 퇴근 후 영화를 보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일이  터지는 통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차라리 내일이 문화의 날이니까 내일 영화를 보는게 어떨까? 란 말을 했지만 답장이 없었고

격무 후 귀가하여 바로 쓰러져 잠든 후 새벽 4시 정도에 깨서 전화기를 확인 해 보니 부재중 전화 3통과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는 몇개의 메시지,

질렸다, 실망이다, 최악이다, 끝내자란 요지의 장문의 메시지가 와 있더군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새벽이지만 바로 전화를 해서 카톡으로 이별을 고하는건 좀 아니지 싶어서 전화를 했다. 알겠다. 헤어지자, 라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진심이 아니었다고, 어째서 이렇게 한번에 받아들일 수가 있냐고. 자기 화만 풀어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역시 오빠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나한테 진심이긴 했냐고,

거 참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대사들을 말하더군요.

그럼 나도 비몽사몽이라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으니, 하룻동안 생각을 다시 해 보고 대답하겠다, 하고 일단 대화를 마쳤고,

결국 제 결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헤어지기로 한거죠. 어제 내내 생각을 바꿔달라, 오빠도 잘못이 있지 않느냐, 회사에서 어색해서 어떻게 지낼거냐 등등의 말을 들었지만

전 그대로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근데 오늘도 여전히 일상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고, 야구를 보러 간다는 둥 일요일에 시간 있으면 술이나 한잔 하자는 둥 말이죠. 저도 짧으나마 답장은 보내고 있고..그래서 실감이 나지 않나봅니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다시 만난다고 해도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무리 진심이  아니었다는 핑계를 댄다고 해도 홧김에 이별을 고하는건 정말 아니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만 참으로 입맛이 쓰군요.

행복했던 1년이었는데..이제 다시 연애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우울합니다.

젠장 오유시트 했다고 좋아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슈발 또 싱글이야 염병 ㅠ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