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족(어쩌다보니 사족이 본문보다 기네요. 패스 추천) :
독중감이라는 것을 이따금 올리곤 했습니다.
독중감은, 제 개인적 용어인데
글을 읽는 중에 떠오르는 생각 또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종합적 논리라기보다는
이기적이고 순간적인 감성에 가깝습니다.
최근 들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러한 직관이 어려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게을렀던 손에 다시 책을 들었지요.
굳어가는 뇌 때문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그리고 예의 그 순서처럼 이제는 다시 이 독중감을,
이기적이고 순간적인 거친 노트를
이 곳으로 터를 옮겨 생각날 때마다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나눌 책은 타이틀에 쓴 것과 같이
이종건 선생의 시적공간이라는 책입니다.
건축철학책인데, 건축이 어째서 시와 닮아있는가 하는 핵심질문을 중심에 두고
그 전후의 논리를 펼쳐가는 책입니다.
흥미롭기 짝이 없으면서도
저 같은 촌놈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적당히 어렵고 사변적이면서도 현학적인,
그러면서도 줄기가 또렷한 그런 책입니다.
저자는 건축과 예술의 공통점으로 열려있으면서도 닫힌 것,
그리고 물질을 이용한다는 것 등을 열거하고
재현이 불가능한 예술인 음악이나 춤, 그리고 재현이 가능하고 잉여가 많은
문학, 미술 등과 건축을 비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예술로서의 건축 또는 예술과 닮은 건축의 핵심 성질로서
'구축'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책에서는 텍토닉(tectonic)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는데,
사전을 찾으니 '구조의'라는 뜻의 지리학 용어라고 합니다.
제게는 낯선 개념이라 어설프게 이해한 것으로는
'구조', '구축'의 개념에서 일종의 구조주의, 즉 종합적인,
문제이자 해로서 존재하는 그 무엇,
그리고 그 무엇의 물질적 측면과 비물질적 측면이
서로 평행하게도, 또는 교점을 만들면서(책에서는 프램튼이란 사람이 제안한
접합이라는 개념을 듭니다. 즉, 물질과 기법이 만나 구축 의도를 현실화하는 거지요.)도
뭔가를 구축해가는 과정 또는 방법,
혹은 그렇게 구현된, 반쯤은 열리고 반쯤은 닫힌, 플라즈마 같은
현상 전반을 이르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책을 산 것은 사실 3월 경입니다.
손에 쥘 때마다 숨이 벅차게 읽었는데도, 여태 60페이지 남짓 넘겼을 뿐이군요.
[이상의 사족은 본래 프롤로그로 썼다가 너무 길어서 뒤로 옮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