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인공지진으로 추측되는 지진이 관측되었습니다. 2006년 첫 핵실험에 이어 이번이 6번째 핵실험으로 진도로 추측컨데 지난 5차 핵실험의 5~6배 크기로 예상됩니다.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험악했던 동북아 정세가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북한이 국제 제제와 비난을 감수하면서 10년 넘게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일까요? 관련 칼럼을 보면 종종 그 이유로 상호 확증 파괴를 얘기합니다만, 도대체 상호 확증 파괴는 무엇일까요?
죄수의 딜레마
상호 확증 파괴를 말하기 전에 먼저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알아야합니다. 게임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기본은 이렇습니다. 두 명의 범인이 자백하느냐 침묵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제각기 달라집니다. 둘 다 자백하면 둘 다 5년형, 한 명이 자백하고 한 명은 침묵하면 자백한 사람은 석방되고 침묵한 사람은 20년형, 둘 다 침묵하면 둘 다 1년형입니다.
둘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는 모두 침묵하고 각자 1년형을 사는거지만, 그들은 둘 다 자백을 하고 5년형을 사는 걸 택하게 됩니다.왜냐하면 한 명이 침묵을 하고 자신은 자백할 경우 석방이 되니 석방(자백) VS 1년형(침묵)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게되고, 당연히 자백을 선택하게되죠. 역으로 자신이 침묵을 하고 상대방은 자백을 할 경우 자신은 20년형, 즉 20년형(침묵) vs 5년형(자백)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게되고 역시나 자백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를 해당 개념을 창안한 수학자 존 내시의 이름을 따서 내시 균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이 국제정치에 적용된 결과 나온 것이 상호 확증 파괴, 일명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입니다.
절벽 끝에서 찾아낸 방법
1962년 10월, 미국의 첩보기가 소련이 쿠바에서 핵미사일 기지를 짓고 있는 것을 포착합니다. 쿠바는 플로리다 주와 고작 145km 떨어진,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고 그 곳에 적국의 핵미사일 기지가 건설되는건 미국의 숨통을 조이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은 즉각 쿠바 봉쇄를 실시, 쿠바 해상에 미국 함대를 배치하고 소련의 선박 접근 금지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소련은 이를 무시하고 선박을 출항시키고 두 초강대국의 무력 충돌 위기가 일촉측발로 치닿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채 20년도 되지않은 시점에 전세계는 또다시 세계 대전이라는 불안에 떨어야했죠.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클라이막스 장면이 바로 이 것입니다.
다행히도 미국과 소련은 극적인 타협을 이뤘고, 전세계는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소련이 쿠바의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대신 미국도 터키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조건이였죠. 그 극적인 타협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것이 상호 확증 파괴였습니다.
다시 죄수의 딜레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미국과 소련 모두 핵이 없는, 비핵 상태가 모두에게 가장 이득입니다(양 쪽 모두 3씩 이득이니 총 이득은 6이 되죠. 한 쪽만 핵을 가진 4, 양국 모두 핵을 가진 2보다 큽니다). 그러나 죄수의 게임에서 봤듯이 한 쪽이 침묵을 택하면 다른 한 쪽은 자백을 택하는 것이 가장 이익인 것처럼, 한 쪽이 비핵을 택하면 한 쪽은 핵을 택하는 것이 가장 이익입니다. 즉 미국과 소련 모두 핵을 보유하는 것이 내시 균형이 되죠. 그렇다면 우린 영원한 핵의 군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요?
경제학자 토마스 셸링과 수학자 로버트 어만은 한 가지 색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같은 게임을 한 번 이상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것을 무한히 반복된다고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고로 두 범인이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번 반복하면 둘 다 자백하여 5년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침묵하고 1년형을 받는 것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미국과 소련도 핵보유가 아닌 비핵을 택할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야 가능성이 커질까요? 여러 번 반복되면 가능성은 생긴다지만 그건 가능성일 뿐입니다, 가능성은 클 수도 낮을 수도 있죠.
다행히도 미국과 소련의 경우엔 협력의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경우였습니다. 왜냐하면 협력 가능성은 우리가 미래에 얼마나 비중을 두느냐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내일을 중요시 여긴다면 협력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왜냐하면 협력을 해서 내일 얻을 이익이 생기니까요. 반대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면 협력을 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협력을 통해서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u는 개인의 효용(이익), a는 기간, 감마(δ)는 할인률입니다. 할인률은 우리가 미래에 두는 비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마가 클수록 효용은 커지고, 작을수록 효용은 작아집니다. 감마가 0, 즉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면 효용은 0이 됩니다.
미국과 소련은 잃을 것이 많은 나라였습니다(무엇보다도 부국이든 빈국이든 최고 결정권자는 잃을 것이 많은 법이죠). 협력의 가능성이 굉장히 클 수 밖에 없었죠. 둘 사이에 협력의 토대가 생겼다면,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가? 여기서 상호 확증 파괴가 등장합니다.
서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해서 어느 한 국가가 하루아침에 모든 핵을 폐기한다면 다른 국가는 핵을 포기하는 것보단 핵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 쪽 다 핵이 없는 것보다 자신만이 핵을 가지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 이득이니까요(위의 표에서 둘 다 핵이 없을 경우 3,3으로 자신에게 3이 이익이지만, 자신만이 핵이 있을 경우 0,4로 4가 이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은 핵을 조금씩 없애기 시작합니다. 마치 쿠바 위기 때 소련은 쿠바의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대신 미국은 터키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철수한 것 처럼요. 그러면 핵을 어디까지 없애느냐, 바로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시킬 수 있는 지점까지 없앱니다. 바로 그 지점을 상호 확증 파괴라고 부릅니다. 왜냐면 거기서 핵을 더 없앴다간 자신은 상대를 죽일 수 없지만 상대는 자신은 죽일 수 있는 처지에 처하게 되니까요.
쿠바 위기 당시엔 핵탄도 미사일 잠수함이 상호 확증 파괴의 역할을 했습니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이 어딨는지 서로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상호 확증 파괴 지점까지 핵무기를 감축할 수 있는 협력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협력하기로 했을 때 협력을 유지하기로 강제하는 방법은 뭘까요? 북핵과 상호 확증 파괴는 무슨 관계일까요? 북핵을 인정해주는게 좋은걸까요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는게 좋은걸까요? 2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