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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허연
게시물ID : readers_137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3
조회수 : 31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30 16:45:23
칠월/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번해에 허연 시인의 '불온한 검은 피'가 민음사에서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허연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은 새로 책을 구입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1.jpg
1995년, 세계사
 
 
2.jpg
2014년,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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