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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첫사랑
게시물ID : readers_13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8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30 19:51:21
즐거운 편지/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첫사랑/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방식으로 사랑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놓은 것일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첫사랑/지디마자(吉狄馬加)
 
어린 시절 어른들은 말했네
아이들의 얼굴은 모두 둥글다고
엄마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그저 손가락으로 달님만 가리키셨지
그 달은 정말 둥글었네, 나뭇가지 끝에 고요히 잠든 모습에
나는 동생의 잠자리채를 떠올렸네
어떻게 하면 저런 어여쁜 색시를 채 올까
그때 지붕 밑엔, 황금빛 옥수수 다발이 가득 걸려 있었지
나는 소녀의 목걸이가 생각났네
나무 밑에서 놀던 숨바꼭질
달빛 아래 놀던‘신부 채기’
왜 그랬을까, 내가 찾아다닐 때마다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와
물 같은 달님이 되었지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옷을 흠뻑 적셨어
어느 날 그녀는 백양나무로 뻗어나
들판에서 사랑을 노래했네
 
그녀가 꽃 안장 위에 올라탔을 땐
나의 신부가 아니었어
그날 밤, 엄마는 내가 어른이 되었다며
못 입게 된 작은 옷들을
동생에게 주라고 하셨지
그러나 나는
웃음소리에 젖었던 그 옷만은
숨겨두었네
그날 밤의 달빛을 찾아다녔지만
오직 나의 영혼 속에 있을 뿐
나는 동생의 잠자리채를 떠올렸네
어떻게 하면 저런 어여쁜 색시를 채 올까
 

첫사랑/시마자키 토손
 
갓 따 올린 앞 머리카락
사과나무 아래에 보였을 때
앞머리에 찔러 놓은 꽃무늬 빗은
한 송이 꽃이 그러하듯 아름다웠다
 
하얀 손 정답게 내밀며
빨갛게 익은 사과를 건네주던 그대
연분홍 빛깔의 가을 열매로
난생 처음 난 그리움을 배웠다
 
하염없이 내쉬는 나의 한숨이
그대 머리카락에 가 닿을 적에
한없이 행복에 겨운 사랑의 잔을
그대의 의미로 채워 마셨네
 
과수원 사과나무 밭 아래로
언제부턴가 생겨난 이 오솔길은
누가 처음 밟아 놓은 자리일까
짐짓 물어 보면 한결 더 그리워진다
 
 
 
'첫사랑', 주제가 주제인 만큼 한국, 중국, 일본 각각 세 나라에서 첫사랑을 제목으로 하는 시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제 취향인 것들만 골라 보았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제목은 조금 다르지만 황동규 시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첫사랑인 연상의 여성에게 바치는 시였기 때문에 골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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