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얼마라고요?"
-- "이정도면 10만원은 거뜬히 나오죠 여기 봐봐요 목이 심하게 부러졌잖아요~10만원도 싼거에요"
- "아니에요 좀 더 알아볼게요"
최근에 공연을 하다가 기타끈이 풀리면서 기타가 바닥에 부딪혀서 목에 금이 갔다...
이 정도면 낙원상가에 가서 수리해도 3~5만원정도 나올것 같은데 10만원이라니...
아무리 동네 악기점이라만 바가지가 심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중2학년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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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엉엉 ㅠㅠ"
-- " 성적이 이게 뭐야?! 너 요즘 기타에 정신이 팔려서 성적이 100등이나 떨어졌잖아!!"
꽝~
- "엄마 기타는 제발 그대로 놔두세요 ㅠㅠ"
중학교 2학년 기타를 처음치게 된 나는 기타치는 재미에 빠져 공부에는 소홀해졌고
매일 기타를 치다보니 중간고사때보다 성적이 100등 이상 떨어졌고...
우리 엄마는 화가나서 기타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고 결국 기타 몸에 큰 금이 가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동네 기타수리점에 다니며 수리가 가능한지 알아보았고
번번히 악기사에서는 이 정도면 수리비만 10만원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당시 10만원이면 나에게는 용돈으로 충당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이였고 난 계속 울먹이며
기타를 끌어안고 시내로 나갔다.
시내에 한 기타집에 들어온 나는
- "아저씨....혹시 이거 수리 되나요?"
-- "응? 이거 기타가 왜이러니? 심하게 부셔졌네...쯧쯧..."
- "사실은요...제가 이번에 시험을 못 봐서요...ㅠㅠ엄마가..."
나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두 눈에 눈물이 다시 고였고 이때 수리점 아저씨께서
--"하하하~ 울지마 울지마~ 으이구~ 공부 좀 하면서 기타도 쳐야지!!
어디보자...흠...이 정도면 8만원은 나올 것 같은데...아저씨가 공부 열심히 하면서 기타친다고 약속하면
4만원에 해주마!!"
-"정말요? 네! 정말 열심히 공부도 하고 기타도 잘 칠게요!!"
-- "그럼 한....10일정도 뒤에 오면 될거야~ 약속 꼭 지기렴~"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부셔진 기타가 다시 수리할 수 있다는 소리에 너무나 감사해서 악기점을 나가면서도
계속 뒷걸음질을 하며 90도로 인사를 했고 아저씨는 민망하셨는지 계속 허허 거리셨다
그리고 다음날...
- "아저씨!! 기타 수리 다 됐어요?!"
-- "응? 넌...어제? 아직 못 고쳤지~ 10일 정도 걸린다고 했잖니"
-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 "아저씨가 최대한 빨리 고쳐줄 테니깐 걱정말고 집에가렴~"
하지만...난 기타가 10일보다 더 빨리 고쳐지진 않을까 생각이 들어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학교가 끝나면 악기점에 계속 찾아갔다
그래도 아저씨는 환하게 웃어주시면서 아직 수리가 안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드디어 10일이 되는날!
난 4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털었고
거기서 만원짜리 2장과 천원짜리와 동전을 모아서 4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악기점에 달려갔다
-"아저씨!! 오늘은 수리 다 된거죠?!"
--"그래 여깄다~자~"
-"와~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수리비요~!"
아저씨는 꾸깃꾸깃한 지폐와 동전을 보시더니
--"허허...너~아저씨가 공부도 열심히 하랬는데 열심히 했니?"
- "네!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럼 아저씨가 약속을 잘 지켰으니깐 상으로~ 2만원만 받을게!"
- "정말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너무나 어린 마음에 아저씨가 꾸깃꾸깃한 천원과 동전을 수리비도 다 받지 못한 것을
생각못하고 그저 기타가 싼 값에 수리된거에 기뻐서 집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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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저씨는 잘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