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있어서
이제야 군함도를 봤습니다
이하 말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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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강제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으며 강제노동한 징역이라는 것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수많은 분들이 죽어갔다는 것
강제로 끌려가는 과정은 좀 뻔해서 그런지 대부분 삭제
주인공은 기생집에서 고급요리를 먹으면서 속는데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뭔가 야리꾸리함
임금장부라던가 유곽이라던가
조선인 십장같은 소재는 당연히 핵심이 될 수 없음
이 모든 소재들은 강제징역의 핵심을 오히려 오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
월급도 주고 술도 먹고 담배도 피고 통조림도 먹고
뭐, 강제노동이긴 하지만 그래도 구색은 갖췄네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킴
반면 일반 사람들이 군함도 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미지였던
갱도벽에 적혀있는 고향에 가고 샢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배가 고파요
같은 소재도 과감히 삭제
또한 사람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갱도의 답답함이라던지 숨막힘이라든지
이런 요소도 감독의 대작욕심과 맞물려
갱도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당부분 약화됨
군함도 노역자의 뼈만 남은 사진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에게
몸짱들만 보여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상영시간 비중으로 봐도 갱도에서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서
마치 먹고 자는 일상생활이 훨씬 더 긴 것처럼 편집됨
영화 황산벌이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
블랙코메디 장르였다는 점에서 느꼈던 안타까움
왜 우리는 우리역사의 소재를 보다 진중하게 다루지 못하는가
왜 작은 아이디어와 재미에 보다 더 집중하는가 느꼈었는데
그래도 황산벌은 다른 감독이 다시 만들 여지가 있지만
군함도는 그런 여지까지 다 가져가 버렸다는 점
잔뜩 힘을 주고 그림에 집착하고 인물들을 치장해서
다른 감독이 군함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
지금 누구보다도 류승완감독이 힘들겠구나
그동안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던 감독이어서 그런지
이런 저런 소재를 넣고 이 정도 규모의 그림이라면
누가봐도 죽일거야, 라고 자만했다는게 영화내내 느껴짐
바로 이어진 택시운전사의 호평까지 더해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 버렸으니
희안하게 보는 내내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내가 감독이라면, 을 자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음
나라면 이 장면을 빼고, 나라면 이 대사를 없애고
나라면 이 인물을 이렇게 배치하고 식의
그냥 모든게 안타까운 영화
감독도 스탭도 역사적 소재도 거대하게 지어졌던
군함도 세트도 모두 그냥 안타까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