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지만 4박 5일 여행동안 계속 발이 붓고 아팠다
여름 휴가철 네가 친구들과 오사카에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욱하는 반대 심리로 떠난 북해도였지만 간만의 휴식은 너무도 달콤했었다
아쉬운 것 없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먹고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모두 누린 최고의 여행...
그래도 자꾸만 생각이 났다. 보고싶었다.
좋은 것을 구경 할 때면... 맛있는 것을 먹을때면... 함께하고 싶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급히 산 비닐우산을
지팡이 삼아 절뚝거리면서도 너에게 조금이라도 예쁜 선물을 주려고 오타루 오르골당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2층, 3층... 잘 올라가 지지도, 잘 내려가 지지도 못하는 계단을 지켜보는 이에게 미안한 웃음만 지으며 기어이 모두 밟았다.
고르고 골라 겨우 산 나를 닮은 돼지 모양 오르골...
옥수수 과자와 캐릭터 볼펜만 사진으로 보낸건 나름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다는 작은 심술이었다.
수줍은 아이처럼 너의 밝은 웃음과 핀잔어린 한마디를 기대하며 한 주, 두 주 그렇게 기다렸던 선물의 포장을
오늘, 지금, 뜯고야 말았다
수많은 오르골음 사이에선 듣지 못했던 진하게 묻어 있는 슬픔...
어색한 듯 자연스러운 듯 반복음이 멈추는 모습이 우리의 발걸음 같아 자꾸만 태엽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