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라운더 유저고, 힐탱할 때 칭찬을 듣는 편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딜러를 가장 재미있어 해요.
지난 시즌에는 내내 "양보", 그 놈의 "양보"만 하고 살다보니 프로필에 루시우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졌어요.
손이 느린 편이라 선픽을 잘 가져가지도 못하고, 들어가면 딜러들 주루룩 픽 되어 있고,
결국 남는게 힐러나 탱커니까 주구장창 루시우, 메르시, 디바 거의 이 세 챔프만 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게임이 게임같지도 않고 무슨 봉사활동하는 기분이 들어서 이번 시즌에는 제가 하고 싶은 캐릭을 하기로 마음먹었었어요.
비주류 픽을 하는 것도 아니고, 꼴픽도 안 해요. (ex. 적 팀에 파라 있는데 정크랫이라든지...)
하고 싶은 캐릭이래봤자 맥크리, 솔져 정도고 가끔 겐지나 트레도 하고요.
그런데 웃긴 게, 제가 딜러를 하는 판은 시작부터 게임이 터져요. 정말 신기하죠.
실력이고 뭐고 보여줄 새도 없어요.
게임 입장하면 딜러가 거의 가장 먼저 만석이 돼요.
가끔 탱커나 힐러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먼저 1탱 1힐 정도를 픽하고 나머지 픽들을 기다리고 계세요.
그럼 이제 칼픽한 두 딜러분들이 나머지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기 시작해요. "탱이랑 힐 좀 해주세요."
지난 시즌이었다면 순순히 그래 내가 양보하지 뭐...하고 탱이나 힐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어요. 내가 지금까지 양보를 해왔던 것만큼 누군가도 양보를 해주지 않을까?
지난 시즌에 양보만 했으니 이제 나도 양보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도 딜러를 픽해봤어요.
그랬더니 1탱 1힐 4딜러가 되네요.
혹시나 해서 양보를 기다려봤더니 채팅창엔 "딜러 빼고 탱힐 해주세요."
나도 딜러하고 싶다고, 다른 분이 바꿔주셨으면 한다고 말해봤는데, 네. 그대로 게임 시작하네요. 그 아무도 양보를 안하더라고요.
플러스 알파로 솔탱 솔힐 서게 되신 분들이 화나셔서 픽을 바꿔버리기도 하고요.
제가 순순히 양보를 하고 루시우같은 걸 꺼내면 그제서야 탱커 하나가 더 나오고, 게임이 원활히 진행됩니다.
제가 끝까지 양보를 안하면? 그냥 져요. 끝까지 서로 고집부리고 이기적으로 굴다가요.
옵치는 게임이지 조별과제가 아닌데, 저는 언제까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희생"만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한두 판도 아니고, 매판마다 "양보하고 이기기" 또는 "하고싶은 거 하고 시원하게 지기" 를 고르다보니 속상하네요.
제가 힐탱을 안 하면 누군가는 해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