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언 - DCDC
게시물ID : readers_13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스타리안
추천 : 0
조회수 : 6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01 13:22:14
솔직히 이 책은 감상을 하기보단 추천을 하고 싶다.
하지만 정말 어떻게 추천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전에 디스 없이 이런 책을 추천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플롯은 평범하다. 외계에서 사아카나스제국의 이지랄이지라니우스대제가 지구를 침공한다. 그를 막기 위해 한국의 무안에서 발견된 무안력으로 움직이는 로봇 갈, 비아, 니온, 세 기체가 합체한 큰 수호신 가르바니온은 이에 맞서 싸운다. 그런데 이게 다 뻥이다. 이 이야기는 일종의 메타-픽션(1)으로 시작부터 정말 당당하게 선언한다.


"말이 안 되잖아요. 21세기 대한민국에 외계에서 악한 제국이 찾아와 침략 전쟁을 벌인다고요? 그것도 빌딩 크기의 괴수로 게다가 한 마리만 달랑 서울 한복판에 던져 놓는 걸로요? 소설로도 삼류죠." 
-그 남자의 소개팅

그렇다. 이 소설은 삼류 소설이다. 심지어 등장인물조차 모두 그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류 소설이라고 천명하기 때문에 작가는 막나간다. 정말 막 나간다.

 사실 사아카나스 제국의 이지라니우스대제는 아마도 평범한 셀러리맨으로 단순하게 지구 관광을 온 여행객이고, 그는 로봇만화 덕후기 때문에 이런 컨셉으로 주문한 것이며, 지구에 아직 없는 기술인 액체금속이 필요했다. 원래는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했을 침략극은 우연히 김꽃비의 출연작을 본 이지라니우스 대제의 갑질로 인해서 한국으로 급선회 되고 이 때문에 설정을 급 변경하면서 3류 작품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무안력은 적당한 한국의 전설 금속을 찾던중 무안단물이란 말만 보고 검색도 안하고 냉큼 올린 기회서가 채택되서 무안력이 되어버렸고, 로봇의 이름은 이지라니우스대제, 아니 고객님, 아니 갑님께서 갈비를 좋아해서 갈비, 그리고 그건 너무 짧다는 지적에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를 붙여 갈비양파가 되었고 차마 이건 따를수 없던 을의 반란에 의해 가르바니언으로 순화되었다.

 소설은 내내 이런 분위기다. 되게 유쾌하고 비장미 보다는 병신미가 뚝뚝 넘쳐흐른다. 작가는 작품에 내내 그냥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때때론 직접 등장해서 우린 망했어. 그러니까 네이버 웹소설 별점이나 찍으라고!를 강요한다.

 옴니버스 구조의 11편의 독립된,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단편으로 구성된 챕터중 08번 쳅터는 이런 매타 픽션의 극의를 보여주는데, 제목부터가 '본격 이 소설이 왜 망했나 탐구하는 에피소드'다. 작중 인물들이 소설을 깐다. 아니 작가 스스로 작가를 깐다. 차라리 로맨스 소설란에 올렸다면 잘못 클릭해서 지금보다 조회수가 세배는 되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나, 이게 장편이 아니라 옴니버스라 금방 이탈한다와 같은 분석. 아니 그전에 재미가 없다는 자조. 심지어  SNS를 통해 링크 포격과 클릭 강요를 하자! 라는 제안에 이미 그거 하고 있어! 라고 답하는 작가는 처절하다 못해 안쓰럽다. 하지만 그게 이 소설의 재미다.

 또한 빼놓을수 없는게 아마 김꽃비일 것이다. 김꽃비는 한국의 영화배우로 삼거리 극장, 똥파리, 나 나 나 등의 작품에 출연하였으며 그녀의 미모를 수식하는 그 어떠한 미사여구도 초라해질 미로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빼어난 연기실력마저 갖추고 있다. 실존인물이다. 작가는 05 최종전략인간병기 그녀 라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김꽃비 찬양을 한다. 아니 사실 김꽃비 찬양이야 말로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고, 사실 이 작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는 생각도 조금 들고, 하여간 그렇다. 스키스키 다이스키 꽃비꽃비. 책 표지뿐 아니라 인터뷰 까지 진행하였으니 성공한 스토커팬 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소설에서 진중한 챕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시모프의 작품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그 외 수많은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낄낄대고 웃을만한 06 안드로이드는 전기구이통닭의 꿈을 꾸는가 라거나 두개의 외전 유기왕, 사춘기의 끝 같은 에피소드는 탄탄한 기본기 위와 센스 가 기반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하지만 진중한 소설은 많지 않나. 반면 김꽃비에 순수한 애정과 세상과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을 소설로 승화시킨건 이 작품뿐이다. 그러니 굳이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진 않다. 

 여튼 요약하면 김꽃비는 예쁘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정말 재밋다. 

 아쉽게도 더이상 종이책을 구하긴 힘들다. 이런 책이 팔릴리가 없다는 작가와 편집자의 믿음 때문에 종이책은 소량 인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book으로 만날 수 있다. 

 잘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 몇명 있는데 물론 첫번째는 나고, 그 중 하나가 이 작가다. 이 작가와 이 작품이 잘 나갔으면 좋겠다. 

(1)메타-픽션 = 허구의 일종으로, 허구의 장치를 의도적으로 그리는 것을 가리킨다. 메타픽션은 그것이 픽션임을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알리는 것으로, 허구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 표상주의 연극과 비교하면, 표상주의 연극이 관객에게 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반면, 메타픽션은 독자에게 허구적인 사실을 의식하게 한다.
http://ko.wikipedia.org/wiki/%EB%A9%94%ED%83%80%ED%94%BD%EC%85%98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