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와서 보니 뭐 여기뿐 아니겠지만, 새 식구 맞이하기위해 가족과 많은 의논도하고, 이것저것 용품도 준비하고, 식구가 될 그 녀석과의 만남을 위해 가슴 설레이며 하루하루 기다렸던분들이 대부분이겠죠?
저도 새 식구가 있어요.
뭐 신중한 고민도 없고, 가족의 의견 따위도 있을수가 없고, 준비랄것도 전혀 없는 그냥 뭐 어찌하다보니 길냥이 한마리가 오게되었네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작년 11월 28일 금요일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어요. 저는 근처 공원에 밥을 주는 캣맘이었는데 목요일 저녁에 밥을 주고, 친구가 금욜에 월차를 내고 저희집에 놀러오는지라 같이 비오는 공원을 산책 하기로 약속했거든요. 집에서 나서면서 공원쪽으로 가려는데 참 그날따라 이상하게 발걸음이 안떨어지는거에요. 공원을 가려고 나서긴했는데 이상하게 안가고싶더라는거죠...
"야 그냥 주안역 나가서 밥이나 먹자."
하고 반대편 길로 내려오는데 한 20미터 걸었나... 친구가 그러는거에요.
"저게 뭐야?"
도로변 길가에 송전 박스? 케이블 박스인지 사람 어깨 높이되는 큰 회색 박스밑에 뭐가 시커먼게 둘둘 뭉쳐져 있는거에요. 누가 종이뭉치 버린줄 알았거든요. 근데 자세히보니 이건 개인지 고양이인지, 아니면 새인지도 모르게 비에 젖은 뭔가가 잔뜩 웅크리고 있는거에요. 움직이지도않고, 웅크리고있으니 얼굴이 안보이고, 정체도 몰랐어요....
"죽은거 아니야?"
친구의 목에 둘러져있던 긴 스카프를 빌려 그것을 잡고 들어올리니, 얼마나 못먹었는지 스카프를 둘둘 말아서 잡았음에도 앙상한 뼈가 제 손에 느껴지더라구요. 근데 그게 얼굴을 천천히 들더니 "까악-------- " 하고 동네가 떠나가게 울지않겠어요... 게다가 긴 꼬리는 완전 똥꼬쪽에 가깝게 잘려서 겨우 간신히 매달려있고, 두 눈의 안구는 동물의 눈이 아니라 빨갛게 핏물이 번졌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똥묻은거같은 심한 악취까지....
"아... 그 소리가 얘였구나..."
친구의 말인즉, 저희집으로 오는 길에 어디선가 까악까악 비명 소리가 나는데 어딘지 몰라서 친구는 그냥 지나쳐왔다는거에요.
근데 이 녀석을 보니 아까 그 소리가 이녀석 소리라는거죠...
때마침 길건너 맞은편에 보이는 동물병원.... 사실 좀 망설였어요. 단골 동물 병원은 10분 정도 걸어야하고, 저 앞에 동물 병원은 단골도 아니고 딱히 내키지도 않았던 병원이었거든요. 비오는데 걷기도 귀찮아서 그 앞에 병원으로 갔죠. 사정 설명을 했어요. 근데 대뜸 그 원장님이 저한테 그러시는거에요...
"얘를 어떻게 하실거에요? 키울거에요, 어떻게 할거에요?"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지만, 그 순간 제 입에서 나온말이
"저는 얘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
제 생각은, 얘를 치료한다음 있던곳에 방사를 할 생각이었어요. 캣맘들중에 간혹 아픈 길냥이 치료해서 다시 방사하는분들이 있거든요.
"얘가 꼬리도 잘려서 이렇게 생겼고, 눈도 이상해요..."
원장님이 이리저리 보시더니 내출혈이 심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더니
"얘는 지금 꼬리가 급한게 아니에요. 지금 당장 집에가서 드라이기로 완벽하게 말리세요. 그냥 놔두면 오늘안으로 저체온증으로 죽습니다. 다 말려놓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세요."
"근데 얘 눈이 이렇고, 꼬리도 이런데요?"
"지금 그거 하나도 안급해요. 빨리가서 말리세요..."
그리고 영양제 하나 놔주시고, 돈도 안받으셨어요.
제 손바닥만했어요.
11월말이라 춥고, 방에 난방도 안되어있고, 고양이 털은 속까지 다 젖어있고, 발견장소 앞에 공영 주차장과 화단이 있었는데, 털을 말리면서보니 얼굴과 털속에 쌀알만한 연두색 씨앗같은게 촘촘히 많이 박혀있는거에요.....
첨엔 몰랐는데 꼬리가 잘려서 안에 척수가 몸밖으로 튀어나왔고, 눕혀놓고보니 꼬리가 90도로 확 꺾여있더라구요...
간호사 친구가 봐도, 제가 봐도 이건 뭐 수술로 붙일 상황도 아니고, 꼬리는 자를수밖에없구나... 했지요.
저런 자세로 엎어놓고 친구는 열심히 수건, 티슈를 이용해 드라이기로 말리고있고, 저는 밖에 나가서 급한대로 박스를 주워왔지요.
이 녀석도 피곤했던지 엎어놓으면 엎어놓은데로, 옆으로 돌려놓으면 돌려놓은대로 가만......히 꼼짝도 안하고 있는거에요.
다 말려놓고 박스에 넣어놓고 추울까봐 손난로 깔아주고, 우리는 그때부터 수다를 떨면서 간간히 박스안을 들여다봤어요. 근데 이 녀석이 자다가 고개를 돌려 저를 힐끔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는거에요...
중간중간 친구랑 대화중에 냥이가 죽었나싶어 손가락으로 찍어보기까지 하면서말이죠.
다음날 토욜 오전에 병원을 가면서 꼬리 자를 수술할거 생각하고, 돈도 10만원 가져갔어요.
근데 이 애가 6주가 안됐고, 체중이 450g 이라 수술할 몸상태가 아니니 주말 이틀 동안에 살좀 찌워서 월욜에 오라시네요.
꼬리를 최대한 살리겠다 하셨지만 결국 예상대로 똥꼬 가까이 있던만큼 잘리고, 넥카라 쓰고오니 그날부터 그 지독한 악취가 전혀 안나는거에요.
처음에 났던 악취는 상처가 썩어서 거기서 나오는 악취였지요. 월요일엔 650g 이었어요.
먹는것도 엄청 잘 먹었죠 ㅎㅎ
하지만 집에선 난리가 났어요.
저희집은 개만 32년째 키우는데 고양이를 식구들이 싫어하는거에요... 그냥 싫은거죠... 이유없이.....
당분간 나을때까지 데리고 있겠다하고 며칠 보는데.....
매일 엄마가 하는말이 이거였어요.
쟤는 언제 나가냐... 더 크기전에 빨리 내보내라...
밖에 나가서 집에 들어오면 다들 고양이 냄새가 난다....
된장 찌개를 끓여먹고나도 집안에 고양이 냄새가 난다...
화장실에서 누가 큰일을 봐도 집에서 고양이 냄새가 난다...
우리집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 고양이 냄새가 난다......
끔찍했어요...매일 싸우기 시작했죠....
냄새가 아니라 무슨 냄새만 났나다면 그게 다 고양이 냄새라는거죠...
사실 님들 아시겠지만 고양이는 냄새가 안나요.
개는 목욕을 해도 냄새가 나지만, 고양이는 안해도 냄새가 안나요.
냄새가 난다면 화장실 모래냄새거나 모래와 변이 섞여나는 냄새일뿐이지요.
그리고 고양이가 들어온 이후부터 거의 매일같이 울기 시작했어요.
아픈것도 속상하고, 돈은 계속 들어가는데 낫지도않고, 데려는 왔는데 키워본적이없으니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고,
이 아이의 앞날도 걱정스러웠고....
울면서 이 애를 보며 말했어요.
"걱정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주인 찾아줄테니까 걱정마.... 그러니까 빨리 나아...."
며칠후 또 사건이 생겼어요.
가끔 상태보러 병원에 가는데 고양이 발바닥에 모래가 굳어 붙어있는거에요.
당시 벤토나이트 성분인 고양이 모래였죠. 피부에 좋지않다며 배변패드 써도된다고 그런 모래 당장 쓰지말라고, 따듯한 물에 불려서 씻어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집에서 씻기고있는데 왼쪽 앞발을 씻다보니 얘가 발버둥을 치는거에요.
그래서 보니 헐..... 다리에 저런 구멍이 있고, 화장실 모래가 굳어 그 구멍을 메우고 있었던거죠...
또 다시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먹는약, 바르는 약으로 안되니 마취하고 꿰매야 한다는군요.
마취하고 꼬리 수술했는데, 며칠후 또 마취하고 꿰매고....
아휴... 저 사진을 보니 하도 꼬질꼬질해서 ....
사실 그간 나름 힘들었어요.
백수였고, 제가 이래저래 몸도 아팠고, 집안의 반대는 심하고, 냥이는 뭐좀 하나 해결할라싶으면 또 어디가 아프고, 치료하면 또 다른데가 아프고...
계속 이게 반복이었어요.
꼬리 자르고, 앞다리 치료하고나니, 이제는 다른 다리 하나가 굽어진채로 펴지질않고 걷는거에요...
성한데가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한번은 안락사까지 고려한적이 있었어요.
자유롭게 놀아야할 아이가 나때문에 꼬리 잘리고, 고생하는게 아닌가싶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것일까....
원장님이 그러세요....
"그런소리 하지마세요. 잘하신거에요. 그때 안데려왔으면 얘는 며칠내로 죽었을거에요..."
처음의 눈에 있던 내출혈도, 다리 굽은것도 영양실조에서 온거니 잘 먹이면 낫는다고하길래, 좋은 영양제 매일 먹이니 몇주 지나니 눈도 좋아지고, 다리도 정말 펴지는게 아니겠어요?
아......이 녀석이 이제 좀 사는구나~~~ 했었어요.
12월 25일은 저에게도, 이 냥이에게도 나름 역사적인? 날이에요 ㅎㅎ
1일부터 썼던 넥카라를 25일에 풀었던거죠. 이게 사실 굉장히 불편해요...
밖에 나갔다오면 넥카라가 고양이 허리에 둘러있질않나, 어느날은 목에 팔 하나가 껴서 오도가도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있질않나, 뺄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던지 언젠가는 박스집에 똥고에서 나온 피, 고름칠을 해놓칠않나....
넥카라 겹쳐지는곳에 매일 똥이 껴있질않나......
오줌은 앉은 자리에서 누질않나.... 어떤날은 방석에 똥칠을 해놓질않나....
이걸 빼니까 이 녀석도 뭔가 평소와 다름을 느꼈던지 인형을 갖고 놀기시작하는거에요 ㅎㅎ
첫날의 그 꼬질하다못해 진한 회색털이 하얗게 변해가고(처음엔 얘가 회색 고양인줄 알았어요.), 시커먼 귀때기? 속을, 요놈을 눕혀놓고 면봉으로 눌러붙은 검은 때까지 다 닦아내니 인물이 쫌 살더라구요?
사실 저 때가 제일 이뻤어요 ㅎㅎ
많이 컸죠?
밑에 사진이 지지난주 사진이에요.
이제 정식으로 식구가 됐냐구요?
사실......
입양글을 올리려했는데 제가 좀 귀찮았습니다.
그리고 원장님 말씀이, 고양이는 꼬리로 균형을 잡는거라 꼬리가 없으면 담을 탄다던가하는건 힘들고, 제자리에 방사한다해도 살기 힘들거니 가정 입양을 권하셨어요.
근데 뭐 게으른것도있고, 그때는 할줄도 몰랐고, 이 녀석이 저희집에 그냥 눌러앉게 된거죠...
반대하던 식구들은 지금은 약간 나아졌지만, 고양이를 좋아하진않아요.
어느정도 컸을때는, 쟤는 깨끗하고 이뻐서 금방 데려간다....고 빨리 내보내라 그랬지요.
여전히 동생은 얘만 보면 집이 떠나가게 "나가!!!" 소리쳐요.....동생은 고양이를 아주 싫어하고, 무서워하거든요.
다른 식구들도 그렇구요... 그래도 처음보다 좀 나아졌어요.
그리고 이 애는 베란다에 갇혀 삽니다....엄마는 비가 많이 오면 비가 샐까, 추우면 뭐 덮어줘라그러고, 베란타 문틈이 넓다싶으면
나갈까 잔소리하고....가끔 식구들 없을때 제가 베란다 문을 열어 거실을 돌아다니게 만들어요.
그러면 얘는 당나귀 뛰듯 온집안을 뛰어다녀요. 뭐 털도 빠지고, 빨래를 스치고 지나가면 더러 털도 묻고...
그건 제가 떼어내면 되겠죠 ㅎㅎ
수컷이고 이름이 '공이' 에요.
털옷이 축구공같아 공이이고, 축구공 힘차게 날아가듯 잘 자라라고 공이이고,
이제껏 힘들게 고생한만큼 앞으로 고생은 "0" 이고 "공' 인 상태라서 새로운 삶 시작하라고 공이이고....
주위분들은 저한테 그래요.
니가 좋은일 했다.....니가 살린거다....너 안만났으면 길거리에서 죽었을거다...
첨엔 그 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제가 살린거라 생각했거든요.
좋은일 한것도 같고, 살려고 저랑 만났나싶기도하고, 건강해서 너무 고맙구요...
근데요 지금은 그런 생각들 전혀 안해요...
이 녀석을 쓰다듬으며 제가 하는말이 있어요....
공이야......
그래도 내 살아생전 너 하나라도 거둬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냐...
그거라도 할수있게해줘서 고맙다~~~~~
라구요.
어디서 이런말을 들었는데요, 동물을 키워보지않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를 잊고사는거래요.
그리고 동물은 사랑이래요.
"고양이 키우면 털 많이 안빠지니?"
"고양이 키우면 돈 많이 들지않니?"
"고양이는 똥냄새 많이 안나니?"
이런 질문들 솔직히 많이 받아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해요...
"고양이? 털 빠지지. 근데 너도 머리카락 빠지지?
너도 옷사입고, 뭐 사먹고, 병원가쟎아 ㅎ 고양이든 개든 키우는거 돈들어가는거 맞아.
근데말이지, 나는 내가 얘들한테 쓴돈보다 사실 줘야할 돈이 훨씬 더 많아. 근데 얘들은 나한테 단 한번도 그돈 달라고 한적이없어.
그래서 나 얘들한테 평생 빚지고 살아야할지도 몰라~"
라구요.
동물키우는거...
즐겁지않나요? 돈이 문제가아니라 행복이고, 힐링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