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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사별(死別)
게시물ID : readers_13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6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01 21:53:45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가슴아픈 일입니다. 시인들 중 아내와의 사별 후 지은 시를 몇 개 소개하려고 합니다.
 
 
%C1%A2~1.JPG

접시꽃 당신/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도종환 시인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아내와의 사별 후 이 시를 지었습니다. 시인은 아내가 죽은 후 6년 후에 재혼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왈가왈부가 많지만 저는 그것에 대해 누군가 말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시인이 지은 시로 그가 그 당시 얼마나 아내를 애틋하게 생각했는지를 느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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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애가/다카무라 고타로
 
애타도록 당신은 레몬을 찾고 있었다
죽음의 슬프고도 화려한 병상에서
내가 쥐여준 레몬 한 알을
당신의 하이얀 이가 생큼히 깨물었다
토파즈 빛으로 튀는 향기
하늘의 것인 듯 몇 방울의 레몬 즙이
당신의 정신을 잠시 맑게 되돌려 놓았다
푸르고 맑은 눈빛으로 가냘피 웃는 당신
내 손에 꼬옥 쥔 당신의 싱그러움이여
당신의 목 깊숙이에서 바람 소리 일지만
생과 사의 어려운 골목에서
그대는 옛날의 그대가 되어
생애의 사랑을 이 순간에 다 쏟는 것인가
그리고 잠시
그 옛날 산마루에 올라 쉬던 심호흡 하나 쉬고
당신의 모습은 그대로 멈췄다
벚꽃 그늘이 있는 사진 앞에
토파즈 빛 향기의 레몬은 오늘도 두자
 


 일본의 시인이자 조각가인 다카무라 고타로(1883~1956)는 먼저 죽은 아내를 끝까지 사랑한 사람입니다. 1931년 아내 지에코가 정신분열증을 앓기 시작하고 1938년에 아내가 폐렴으로 사망할때까지 그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봅니다.
 그는 아내가 죽은 다음부터 추모의 시를 쓰기 시작해 그가 죽기 바로 직전까지 40여 년 가까이 추모의 시를 쓰는데 그 시의 모음이 바로 지에코초(智惠子抄)입니다. 아내인 지에코와 만남에서 출발하여 행복한 결혼생활 그리고 정신적 발병으로 자살시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표출하고 있는 시의 모음인 것이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기적으로도 느껴집니다.
 
(참고로 이 레몬애가도 번역 논란이 있습니다. 공지영씨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 이 시는 인용되었는데, 시작 부분에서 '그렇게도 당신은 레몬을 쥐고 있었어'로 시작이 됩니다. 원문에 따르면 쥐고 있었어가 아니라 찾고 있었어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는 그 주장에 따랐습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レモン哀歌/高村光太郎
そんなにもあなたはレモンを待つてゐた
かなしく白くあかるい死の床で
私の手からとつた一つのレモンを
あなたのきれいな歯ががりりと噛んだ
トパアズいろの香気が立つ
その数滴の天のものなるレモンの汁は
ぱつとあなたの意識を正常にした
あなたの青く澄んだ眼がかすかに笑ふ
わたしの手を握るあなたの力の健康さよ
あなたの咽喉に嵐はあるが
かういふ命の瀬戸ぎはに
智恵子はもとの智恵子となり
生涯の愛を一瞬にかたむけた
それからひと時
昔山巓でしたやうな深呼吸を一つして
あなたの機関ははそれなり止まつた
写真の前に挿した桜の花かげに
すずしく光るレモンを今日も置か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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