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복구 건설업자 “공사비 5~8%는 뇌물로” “수해 공사를 따내려면 로비는 필수죠. 자치단체장에게는 공사비의 2~3%, 로비스트를 통하면 5~8%를 내놓는 것이 ‘협정가격’입니다.”. 요즘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는 건설업체 등록을 위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곧 재해 복구사업을 위해 수조원의 자금이 풀려나올 것이고 이번 기회에 ‘한몫’ 잡기위해서다. 문제는 이같은 재해 복구공사가 입찰단계부터 온갖 비리와 유착으로 시작단계부터 얼룩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삽부터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는 셈이다. 부실 복구공사가 양산되다보니 올해 덮었던 흙이 내년에 다시 장맛비에 흘러내리는 악순환이 끊기지 않고 있다. 대책이 시급하다. 20일 경향신문에 ‘수해복구 복마전’의 실상을 털어놓은 강원도의 한 건설업자 박모씨(가명)는 “로비로 쓴 돈의 몇배, 몇십배를 공사비에서 빼내야 하니 부실공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박씨에 따르면 로비자금을 단체장에게 직접 주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비서실장이 창구역을 한다. “10억원짜리 공사라면 군수나 시장측에 3천만원 정도를 줍니다. 공사금액이 정해지지 않으면 일단 2천만~3천만원을 먼저 찔러줘야 합니다.” 박씨는 “돈을 줄 때 ‘수해로 용처가 많을 텐데 의연금으로 생각하고 받으라’고 하면 대부분 거리낌 없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로비의 효과에 대해선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일단 돈이 들어가면 군수나 시장이 직접 ‘이 공사는 ○○업체에 주라’는 식으로 보답이 돌아옵니다.” 물론 군수나 시장에게만 뇌물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박씨는 “관련 국장급에게는 1천만원, 담당과장에게도 몇백만원씩은 쥐어 주어야 뒤탈이 없다”고 고백했다. 특히 “건설국장 몫은 군수나 시장도 묻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수해복구 공사 현장마다 업자와 자치단체장, 담당 공무원까지 뒤엉켜 거대한 비리사슬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수해복구 현장이 이처럼 비리에 취약한 배경에 대해 박씨는 “복구 공사가 긴급을 요하는 것이어서 수의계약이 많고 경쟁입찰이라도 얼마든지 따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해지역에서 1억원 이하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큰 공사도 1억원 단위로 쪼개면 얼마든지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1억원 초과 복구공사의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최저낙찰제가 적용되는 5백억원짜리 공사만 아니면 ‘탄착군’으로 얼마든지 무용지물을 만들 수 있다”고 증언했다. “미리 (공무원에게) 돈을 쓰거나 접대를 잘 하면 소위 ‘탄착군’을 알려줍니다. 적정 낙찰금액에 가까운 금액대를 알려주는 겁니다. 그러면 10여개 업체 명의를 빌려서 그 금액대에 집중 응찰하면 거의 낙찰을 받습니다.” 박씨는 “지금껏 이렇게 공사를 따왔고 그로 인한 부실공사가 계속 이어져 왔다. 이번에 강원도에 또 큰 수해가 났으니 일부 단체장과 업자들은 다시 대목을 잡은 셈”이라며 씁쓸해했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유모씨(가명)의 증언도 박씨의 고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씨는 “수해복구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제방공사인데 제방공사는 하자보수 기간이란 것이 아예 없다”며 “엉터리 공사를 해도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완공된 제방이 내일 비로 다시 무너진다고 해도 부실공사에 대한 여부는 따지지 않고 대부분 자연재해로 처리된다”며 “최근 수해로 전국 곳곳에서 하천 제방이 무너졌지만 관계 공무원들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비리 차단 방안에 대해 건설업자 박씨는 “수해공사의 성격상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주민이나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공무원과 업자의 유착을 철저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태섭·김근철·이상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