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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인의 주도유단(酒道有段)
게시물ID : readers_138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7
조회수 : 161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02 13:25:23
조지훈 시인은 권력에 영합한 서정주 시인과 달리 흔들림 없는 분이셨습니다. '지조론'으로 이승만 정권을 비판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시인은 상당한 애주가였는데, 주도에도 단이 있다(酒道有段)고 표현하시며 주도 18단이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이른바 주도의 18단을 제시한 셈입니다.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익이 있을때만 술을 내는 사람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주졸(酒卒)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從) 1단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2단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호(酒豪) 3단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4단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5단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6단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7단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8단
폐주(廢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열반주(涅槃酒) 9단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이니 주도(酒道)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갈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살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것이요, 수행년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한 것이다. (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이다.)]
 
조지훈 시인은 자신을 일컬어 '20년 정진에 겨우 초급이며 이미 몸은 관주의 경지에 있어서 한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주도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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